‘금녀의 땅’ 오거스타, 80년만에 여성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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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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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차별 논란에 男회원 전통 파괴… 콘돌리자 라이스 前 미 국무장관
레인워터 부사장 회원으로 영입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인 마스터스의 상징은 ‘그린재킷’이다. 전년도 우승자가 새 우승자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는 것은 이 대회의 오랜 전통이다. 해마다 장소를 옮기는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마스터스는 매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만 열린다. 그린재킷을 입은 마스터스 대회 우승자는 이 골프장의 새 회원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1933년 설립된 이 골프장의 회원이 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회원 신청은 아예 받질 않는다. 결원이 생길 때 초청장을 발부해 가입 여부를 묻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새 회원을 뽑는다.

300명 내외로 알려진 회원 가운데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가 워런 버핏,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잭 웰치 GE 전 회장 등이 포함돼 있다. 골프광으로 유명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조차 회원이 되지 못했다.

이 골프장은 최초의 흑인 회원을 1990년이 돼서야 받아들였을 정도로 보수적이었다. 여성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지 않아 여성계의 반발이 심했다. 올해 마스터스 대회 때도 ‘여성 차별’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 발생했다. 오래전부터 이 대회를 후원해온 IBM의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적으로 회원이 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올해 IBM의 여성 CEO인 버지니아 로메티 대표는 회원 대우를 받지 못해 대회 마지막 날 그린재킷 대신 핑크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각지에서 골프장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지만 골프장 측은 “우리는 사설(Private) 골프장”이라며 요지부동이었다.

오거스타 내셔널CC 전경. 동아일보DB
오거스타 내셔널CC 전경. 동아일보DB
그랬던 오거스타 골프장이 80년 만에 ‘금녀(禁女)’의 벽을 허물었다. 빌리 페인 오거스타 골프장 의장은 21일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투자회사인 ‘레인워터’ 부사장인 여성 사업가 달라 무어를 새 회원으로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페인 의장은 이날 성명서에서 “우리 골프장 역사에 중요하고 긍정적인 일이다. 콘돌리자와 달라에 대한 (심사) 과정도 다른 회원과 비교해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골퍼들은 환영 일색이다. 라이스 전 장관과 스탠퍼드대 동문인 우즈는 “골프계에 무척 중요한 결정이다. 두 명의 새 멤버를 환영한다. 특히 오랜 친구인 콘디(콘돌리자의 애칭)에게 축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마스터스에서 6회 우승한 ‘전설’ 잭 니클라우스도 “모든 오거스타 회원들은 골프라는 경기에 대해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이 둘의 합류는 우리 골프장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거스타#라이스#레인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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