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에미넴 “코리아! 뛰어!” 2만여 관객 2시간 열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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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경기장서 첫 내한공연… 욕설 표현 여과 없이 불러

미국의 랩 슈퍼스타 에미넴은 1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내한공연에서 거침없는 랩과 세련된 손동작으로 2만여 관객을 열광시켰다. 현대카드 제공
미국의 랩 슈퍼스타 에미넴은 1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내한공연에서 거침없는 랩과 세련된 손동작으로 2만여 관객을 열광시켰다. 현대카드 제공
19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미국의 백인 랩 슈퍼스타 에미넴(본명 마셜 브루스 매서스 3세·40)의 첫 내한공연은 화려한 랩 기술과 풍성한 음향, 관객의 뜨거운 호응이 어우러져 힙합의 역동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우비를 입은 2만여 관객은 비 내리는 보조경기장 특설무대 앞을 가득 채웠다. 오후 8시 25분경 무대 뒤 스크린에 “은퇴 소문이 돌았지만 그는 오늘 서울에서 무대로 복귀한다”는 글귀가 나타났고 이어 에미넴이 조명 앞에 등장했다. 흰 티셔츠에 은 목걸이, 7푼 바지에 회색 후드를 검정 모자 위로 뒤집어쓴 그가 “코리아!”를 외치자 관객들의 거친 환성이 터져 나왔다.

드럼, 건반, 베이스, 기타, DJ 등으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는 2010년 앨범 ‘리커버리’에 수록된 ‘원트 백 다운’을 연주했고 에미넴은 동료 래퍼 디넌 포터와 함께 특유의 쏘아붙이는 랩을 시작했다. 곡 사이사이 에미넴은 한 손을 올리고 “코리아! 손 올리고, 이쪽, 저쪽으로!” “뛰어!”를 외치며 관중들을 흥분시켰다. 흑인 래퍼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과 함께 ‘패스트 레인’을 부르며 초고속 랩을 펼치기도 했다.

에미넴은 84분 동안 ‘스탠’ ‘루즈 유어셀프’ ‘러브 더 웨이 유 라이’ 등 20여 곡을 선보였다. 공연 중반에 유명 힙합 프로듀서 닥터 드레가 깜짝 등장해 에미넴과 랩을 주고받기도 했다. 앞서 일본 도쿄와 오사카 공연에서 썰렁한 객석 반응을 질타하기도 했던 에미넴은 이날 “당신들이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든다”며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공연 중반 트위터에는 “에미넴이 독도 관련 발언을 했다”는 글이 퍼지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공연은 수준급의 열정적인 무대였지만 주최 측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공연 관람 등급 설정 기준에는 의문을 남겼다. 공연은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열렸지만 에미넴은 발언이나 가사의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스탠’ 등 직설적인 가사로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곡들도 공연 목록에서 빠지지 않았다. 친모에 대한 분노를 담은 ‘클리닝 아웃 마이 클로짓’을 부르기 전에는 “여기 모인 사람 중에 부모와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물은 뒤 “엄마, 아빠 ○ 먹어’라고 해!”라고 외치기도 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빈민가에서 성장한 에미넴은 닥터 드레에 의해 발탁된 뒤 힙합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8장의 음반을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려놨고, 그래미상을 11차례 수상했으며, 세계적으로 8000여만 장의 음반을 판매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에미넴#잠실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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