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지면 칠흑 캄보디아 농촌에 ‘웃음 빛’ 밝히다

■ 글로벌에너지플러스 봉사단, 태양광램프 전달

캄보디아 반티민체이 주 꼰뜨레이 지역 농촌 마을에 사는 한 가족이 새로 설치한 태양광램프 아래서 책을 읽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캄보디아 반티민체이 주 꼰뜨레이 지역 농촌 마을에 사는 바이 삼디(6·여)의 집에는 전등이 없다. 나무로 원두막처럼 지은 이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이면 ‘쩡끼응’이라고 부르는 기름램프를 사용한다. 어머니 미아 험 씨(31)는 매일 밤 램프를 켜놓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오빠 웨이(10)와 삼디에게 크메르어와 알파벳을 가르친다. 하지만 10cm만 떨어져도 글씨를 알아볼 수 없는 램프 탓에 제대로 공부하기가 힘들다.

○ 기름램프 대신 태양광램프

호롱불처럼 생긴 기름램프는 그을음이 많고 화재 위험성도 있다. 기자가 방문했던 11일 밤에도 바람에 넘겨진 책장에 불이 붙는 일이 벌어졌다. 험 씨는 “밤에 애들만 두고 시장에 내다 팔 개구리를 잡으러 갈 때는 위험하기 때문에 램프를 아예 켜지 않는다”고 했다. 삼디의 마을 사람들은 밤에 불을 밝히기 위해 기름램프나 자동차배터리를 이용한 전등을 쓴다.

하지만 이제 삼디와 오빠 웨이가 밤에도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GS칼텍스 직원 12명과 굿네이버스 보육시설 청소년 10명으로 구성된 ‘2012 글로벌에너지플러스 봉사단’은 GS칼텍스 임직원 262명이 모금한 1600여만 원으로 태양광램프 560개를 현지에서 구매해 12일 이 마을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스눌뜨렛97 초등학교에서 열린 전달식에서 램프를 받은 마을 주민 왠 속티아 씨(44·여)는 “태양광램프 덕분에 밤에 애들도 마음껏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굿네이버스 캄보디아지부 이하나 대리는 “마을에 화장실이 있는 집이 없어 밤이면 볼일을 보기 위해 기름램프나 손전등을 들고 마을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개나 뱀이 많아 아이들이 위험해 보였다”며 “태양광램프가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밤 다시 만난 삼디네 집에는 기름램프 대신 태양광램프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6개로 구성된 태양광램프 하나가 방 전체를 밝히진 못했지만 기름램프를 쓸 때보다는 훨씬 밝아보였다. 삼디와 오빠 웨이는 함께 책을 읽고 있었다. 어머니 험 씨는 연신 ‘어꾼’(감사합니다)이라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를 통해 지난해 7월부터 삼디와 결연을 맺고 이번 봉사단에도 참여한 GS칼텍스 조충재 계장은 “태양광램프 만큼이나 밝은 삼디 가족의 얼굴을 보니 뿌듯하다”고 했다.

○ 적정기술로 제3세계에 희망을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와 GS칼텍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농촌의 92%, 도시의 80%가량의 가구가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캄보디아를 위해 7억 원을 들여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적용한 태양광램프 보급사업을 펼치고 있다. 캄보디아는 전기 등 사회적 인프라가 취약하지만 일조량이 많아 태양광램프를 사용하기 적합한 나라다. 적정기술이란 사회적 인프라가 열악한 저개발국에 그 나라의 상황에 맞고 필요한 물건을 싼값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기술이다.

15일 캄보디아 제2의 도시인 바탐방에서는 봉사단과 지역 주민, 바탐방 주 사회복지부 음 시톨 부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적정에너지기술센터 착공식이 열렸다. 4418m²(약 1366평) 용지에 만들어지는 기술센터에서는 현지 주민을 고용해 태양광램프와 태양광 발전기를 생산·판매할 계획이다. GS칼텍스 사회공헌팀 홍석률 과장은 “에너지기업으로서 캄보디아에 태양광에너지 사업을 지원할 수 있게 돼 뜻깊다”며 “태양광에너지 보급으로 캄보디아 주민들의 삶이 더 밝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양광에너지 보급사업 후원 문의 굿네이버스 1599-0300, www.gni.kr

반티민체이(캄보디아)=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