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보세요, 희망 끈 놓지 마세요”
삼성전자 900명 지원자 중 뽑힌 임직원 부인 강지원-박하라씨
말기 암을 극복한 뒤 함께 하와이 여행을 떠난 강지원 씨 부부(왼쪽)와 양수과소증을 이겨내고 태어난 아들과 함께한 박하라 씨 부부. 강 씨와 박 씨는 다음 달 영국 맨체스터에서 런던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뛰며 희망을 전달할 예정이다. 강지원·박하라 씨 제공
2010년 11월 강지원 씨(33·여)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암병동에 있었다. 한 달 전 감기가 이상하게 낫지 않아 정밀 검사를 했다가 ‘혈액암 4기’라는 날벼락 같은 선고를 받았다. 팔에서 시작한 악성종양은 이미 심장 주위와 폐까지 퍼져 있었다.
강 씨는 7년 넘게 사귄 이성훈 씨(37)와 이듬해 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였다. 감기가 아니라 말기암이라니…. 봄까지 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데 결혼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날마다 밤새우며 헌신적으로 간호하던 남자친구 이 씨는 항암치료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던 때 종이 한 장을 들고 나타났다. ‘혼인신고서’였다.
“이 병 꼭 이겨내고 나랑 평생 행복하게 살자. 날 홀아비로 만들지 말아줘.”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들 것 같은 남자친구(법적으로는 이미 남편)의 사랑에 감동받은 강 씨는 힘을 냈다. 머리맡에 남편이 하와이 사진을 붙여놓았다. “하와이가 ‘999당’이래. 천당 바로 다음으로 좋다네. 꼭 나아서 저기로 신혼여행 가자.”
머리카락이 완전히 빠지기를 수차례, 구토와 참기 어려운 고통…. 항암 치료가 이어진 끝에 6개월 만에 급한 암세포는 제거했다는 ‘치료 종료’ 통보를 받았다. 혈액암은 5년 동안 재발이 되지 않아야 완치 판결을 받는다.
지난해 9월 부부는 항암치료 내내 꿈꿨던 하와이 여행을 떠났다. 그 즈음 강 씨는 남편 직장에서 임직원 가족 가운데 런던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를 뽑는다는 e메일을 받았다. 이 씨는 삼성전자 과장이다.
“저처럼 고통 받거나 좌절한 이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습니다. 더욱 건강해져 한없이 고맙고 미안한 남편 닮은 아이도 갖고 싶어요.”
삼성전자는 최근 900여 명의 지원자 중 강 씨와 함께 김희철 사원(29)의 배우자 박하라 씨(29)를 성화 봉송 주자로 최종 선정했다.
박 씨는 2010년 결혼 후 임신했지만 양수가 적어 아기가 위험한 양수과소증 판정을 받았다. 양수를 늘리기 위해 임신 기간 내내 누워서 물만 마셔야 했다. 박 씨는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저희에게 온 아들이 예쁘게 커가고 있어 정말 감사하다”며 “반년 넘게 못 움직여 너무 답답했는데 성화를 봉송하며 다 풀고 싶다”고 말했다.
강 씨와 박 씨는 6월 23, 24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남편들과 함께 성화를 들고 뛸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공식후원사로 성화 봉송 주자 선발 권한이 있는데 지금까지 주요 임직원이나 VIP 고객, 광고모델 가운데 선발해 왔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가족이 주자로 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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