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처럼 아픔 딛고 꿈 키우렴”… ‘지구촌 학교’ 내일 정식 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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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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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다문화 대안초등학교

구로구에 자리한 지구촌학교에서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 학교는 11월 정규학교로 인가를 받았다. 2일이면 국내 최초의 다문화 대안초등학교로서 개교식을 연다. 지구촌학교 제공
구로구에 자리한 지구촌학교에서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 학교는 11월 정규학교로 인가를 받았다. 2일이면 국내 최초의 다문화 대안초등학교로서 개교식을 연다. 지구촌학교 제공
국내 최초로 설립인가를 받은 다문화 대안초등학교인 ‘지구촌학교’가 2일 개교식 겸 입학식을 갖는다. 인도, 가나, 스리랑카 등 12개국 출신의 부모를 둔 다문화가정 학생 90여 명이 입학한다.

불법체류자건 합법체류자건 입학할 수 있는 이 학교는 일반 국제학교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돈이 없어도 되고 예전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수업료와 교재비는 물론이고 스쿨버스비도 받지 않는다. 학교는 전액 개인과 기업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해성 지구촌학교 이사장(목사)이 이 학교를 구상하기까지는 오랜 준비기간이 있었다. 김 이사장은 1992년부터 외국인노동자 지원 활동을 해오며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고충을 지켜봤다. 부모가 불법체류자일 경우엔 정규학교에서는 아예 받아주지도 않았고, 학교에 다닌다 해도 언어나 피부색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곤 했다.

“그런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불평만 하고 있을 순 없었어요. 정부가 대책을 못 내놓으면 우리라도 나서서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2007년부터 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터와 재원 확보 등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이 2010년 이름을 밝히지 않은 후원자의 거액 쾌척, 포스코 대우증권 현대자동차 등의 재정 후원이 이어졌다. 여기에 김 이사장이 2010년 청암상 봉사상 상금으로 받은 2억 원도 보탰다.

마침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나온 6층짜리 신축 건물을 매입해 학교로 개축 공사를 한 뒤 학생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주민 지원기관인 ‘지구촌 사랑나눔’을 통해 지역아동센터와 다문화센터에서 홍보해 39명의 아이를 모았다. 지난해 3월 첫 신입생을 받고, 11월에는 서울남부교육지원청에서 정규 인가를 받았다.

학교엔 한국어가 서툰 아이도, 피부색이 새까만 아이도 있었지만 친구를 놀리거나 따돌리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일반 학교에서 놀림을 받아 의기소침했던 아이들은 활기찬 성격으로 변해갔다. 자신과 닮은 친구들 틈에서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에겐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아이들을 다중언어 전문가로 길러내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찾아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지구촌학교의 또 다른 이름은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딴 ‘오바마 학교’다. “오바마도 부모의 이혼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픔을 딛고 미국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지구촌학교 아이들도 개인적인 상처를 딛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키울 겁니다.” 후원전화 02-849-1188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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