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돈 카투사전우회장(왼쪽)이 26일 윌리엄 웨버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가운데)의 메릴랜드 주 뉴윈저 소재 자택을 찾아가
오세영 화백의 그림 100점(시가 500만 달러 상당)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른쪽은 이병희 재향군인회 미동부지회장.
카투사전우회 제공(위), 본보 7월 20일자 A5면.
“평생 모은 그림입니다. 미술관을 건립하려고 했지만 뜻깊은 곳에 쓰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전쟁기념공원에 세워질 추모의 벽 건립 자금 모집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심상돈 카투사전우회장(55)이 미국 워싱턴 시내 한국전쟁기념공원에 세워질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 건립 사업에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오세영 화백의 그림 100점을 기증했다.
심 회장은 26일 추모의 벽 건립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윌리엄 웨버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85)을 메릴랜드 주 뉴윈저에서 만나 소장 미술품 100점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웨버 회장은 한국전쟁기념공원에 미군 전사자 및 카투사 전사자 명단을 적은 추모의 벽 건립을 7년 넘게 추진해왔으며 그 결실로 15일 연방하원에서 민주 공화 의원 5명이 추모의 벽 건립 법안을 발의했다.
심 회장은 한국미술협회가 감정한 이 그림의 시가총액이 500만 달러(약 52억5000만 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기증증서는 정전협정 58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27일 버지니아 주 알링턴 소재 크라운플라자호텔에서 웨버 회장에게 전달했다. 웨버 회장은 정전 60주년인 2013년 7월 27일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추모의 벽 건립사업에 700만∼800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민간모금이 심 회장의 기부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심 회장은 미국 방문을 위해 20일 탑승한 델타항공 기내에서 동아일보에 실린 웨버 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27일 워싱턴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그는 “추모의 벽에 6·25전쟁 때 전사한 카투사 명단도 새긴다는 웨버 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에 와서 웨버 회장에게 전화를 해 재원조달 방법을 물었더니 한 개에 15달러 하는 DVD를 팔아 모으겠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그림 기증까지 생각하지 못하다가 오늘 웨버 회장과 점심을 함께하면서 마음을 굳혔습니다. 이 뜻깊은 사업에 내가 불을 붙이면 많은 부자가 동참하지 않을까요?”
웨버 회장은 “이제야 꿈이 실현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심 대표는 오 교수와 2009년 한국장애인부모회 후원회를 위한 공익성 갤러리 ‘스타키갤러리’를 서울에서 열기도 했다. 미국 보청기회사인 스타키코리아 대표이사를 15년째 맡고 있는 심 회장은 1979∼82년 경기 동두천 파주에서 제2공병대대 카투사 위생병으로 복무했으며 4년 전에 창립된 카투사전우회장(회원 약 10만 명)을 맡고 있다.
“6·25전쟁이 터지자 일본에 있던 한국인 유학생들이 맥아더 장군을 찾아가 6·25전쟁에 참전하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이들이 제2학도의용군이었습니다. 인천상륙작전 때 카투사라는 이름으로 작전에 처음 참여했습니다. 카투사들은 6·25전쟁 때 미군과 함께 싸우다 많이 전사했지요. 웨버 회장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겁니다.”
심 회장은 “영어를 하나도 모르던 내가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영어를 배웠다”며 “영어 때문에 미국 회사에 취직해 지금처럼 성공했으니 번 돈을 보람 있게 쓰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추모의 벽 건립에 많은 사람이 힘을 보탰으면 좋겠어요. 미군과 카투사가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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