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 피아노 소녀, 카네기홀 연주 꿈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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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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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회를 가진 피아니스트 김지은 양이 콘서트에 앞서 대기실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회를 가진 피아니스트 김지은 양이 콘서트에 앞서 대기실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
“꿈을 이룬 듯한 기분이 이런 거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이제 시작인 걸요. 멈추지 않을 거예요.”

베트남 호찌민 시의 빈민촌에서 살며 유튜브를 통해 독학으로 피아노를 익힌 한국인 소녀 피아니스트 김지은 양(17)이 꿈에 그리던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베트남에서 오케스트라와 두 차례 협연을 한 게 연주회 경험의 전부인 김 양에게는 이날 연주회가 미국 데뷔 무대이자 첫 국제 무대였다.

▶본보 2010년 11월 11일자 A35면 참조
유튜브 보며 독학… 빈민가서 핀 피아노 꽃

콘서트가 시작되기 직전 대기실에서 만난 김 양은 의외로 담담했다.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너무 떨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면서도 “하지만 막상 연주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김 양은 호찌민의 집에서 유튜브에 올라온 피아노 대가들의 연주를 보고 들으며 주법을 따라 연습할 때도, 작년 2월 아버지와 함께 카네기홀에 공연 의사를 타진했을 때도 실제로 카네기홀 무대에 서는 날이 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줄리아드음악원에 입학해 제대로 피아노 교육을 받아보고 싶다”며 “오늘 콘서트에 줄리아드음악원 교수님이 몇 분 오셨으니 내 연주를 듣고 나를 제자로 받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9년 독학으로 고입,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한 김 양은 작년부터 줄리아드 입학을 꿈꿔 왔다.

잠시 후 무대에 나타난 김 양은 방금 만난 앳된 소녀가 연주하는 음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힘 있는 연주 실력을 뽐냈다.

이날 그는 카네기홀에서 가장 큰 무대인 아이작 스턴홀에서 베트남 국립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3000석의 객석을 거의 채운 관객들은 숨죽여 지켜보던 김 양의 연주가 끝난 뒤 일제히 일어나 박수갈채를 보냈다.

김 양은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돼 사람들이 감동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며 “나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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