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언론인으로… 소설가로… 한국사회 큰 족적

동아일보 입력 2010-09-07 03:00수정 2010-09-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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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원 회원 김성한 선생
평생 언론인과 소설가로서의 삶을 살아온 김성한 씨가 6일 별세했다. 2007년 8월 3권짜리 대하장편소설 ‘조선 태조 이성계의 대업’을 펴내고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자 원로소설가인 김성한 씨가 6일 오후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1919년 함남 풍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함흥 함남중, 일본 야마구치고, 도쿄대 법학부를 중퇴한 뒤 영국 맨체스터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인은 평생 언론인과 소설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1955년 ‘사상계’ 주간으로 언론계에 투신한 그는 1958년 동아일보로 옮겨 1981년까지 논설위원 출판국장 편집국장 논설주간 편집인 상무 등을 지냈다. 특히 고인은 언론 검열이 극심했던 19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에 편집국장과 논설주간을 맡아 독재를 비판하는 기사와 칼럼을 게재했다. 1970년대 말 고인이 동아일보 논설주간일 때 논설위원으로 일했던 남시욱 광화문문화포럼 회장은 “명문장에 단호한 어조로 늘 정권을 감시하고 독재를 비판했다”며 “논설을 쓰면 그날은 기관원의 삭제나 수정 요청을 피하기 위해 아예 회사 밖으로 나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1950년 단편 ‘무명로’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온 고인은 소설가로서도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프로메테우스와 신과의 5분간 협상 회담을 통해 신의 질서에 저항한 인간의 승리를 암시한 단편 ‘오분간’, 영국 헨리5세 때 재봉직공 바비도가 영어로 된 성서를 읽었다는 이유로 화형당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짚은 단편 ‘바비도’를 비롯해 ‘암야행’ ‘제우스의 자살’ 등의 문제작을 1950년대에 잇달아 발표했다. 전후(戰後) 사회의 비리와 그에 대항하는 정신을 프로메테우스의 분노로 상징화했고 신의 섭리와 그 허구성에 대한 비판을 바비도의 순교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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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상황과 윤리의 틈바구니에서 고뇌하는 인간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한편 순응적 인간상을 배제하고 정의 구현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인간형을 창조해냈다. 이를 통해 1950년대 소설가들과는 다른 특징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현실에 대한 치열한 대결 의식은 1960년대 후반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해 이후 ‘이성계’ ‘왕건’ ‘요하’ ‘시황제’ 등의 소설을 남겼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우리 역사를 소설화함으로써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1986년부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2007년 미수(米壽·88세)의 나이에 1966년 냈던 역사소설 ‘조선 태조 이성계의 대업’을 새롭게 손본 뒤 재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인문학상(1955년), 아세아자유문학상(1958년), 문화예술상(1976년), 인촌상(1989년), 대한민국예술원상(1995년), 보관문화훈장(1987년)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남궁연 여사(가톨릭대 명예교수)와 아들 수완 씨(미국 거주), 딸 혜원 씨(주부)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9일 오전 7시. 02-3410-6906(7일 오전 10시경까지), 6917(7일 오전 10시경 이후)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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