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0m앞 北초소, 손에 잡힐 듯…‘분단의 현실’ 온몸으로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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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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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대행진’ 양구 가칠봉 OP 올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8일 평화통일대행진 참가자들과 함께 강원 양구군 가칠봉 관측초소(OP)를 찾았다. 양구=원대연 기자
현인택 통일부 장관(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8일 평화통일대행진 참가자들과 함께 강원 양구군 가칠봉 관측초소(OP)를 찾았다. 양구=원대연 기자
통일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평화통일대행진 이틀째인 28일 오후 3시 반. 국내 고교·대학생과 외국인 참가자로 구성된 동부팀 525명이 강원 양구군 가칠봉 관측초소(OP·해발 1224m)에 올랐다.

1951년 9∼10월 남북 양측에서 2000명 가까운 전사자를 낸 ‘가칠봉 전투’의 현장에서는 북측 땅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불과 680m 거리에 있는 북한 초소와 6·25전쟁 때 남북이 격전을 벌여 ‘김일성 고지’ ‘모택동 고지’ ‘스탈린 고지’라는 이름이 붙여진 북측 지역의 산들도 손에 잡힐 듯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육군 21사단 산하 도솔대대 연병장에 모여 약 8km의 산길을 행군했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가 이어지는 데다 뙤약볕이 쏟아지는 뜨거운 날씨여서 포기하는 사람이 나올까 걱정됐지만 낙오자 없이 전원이 OP에 도달했다. 정상에 선 참가자들은 온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분단의 현장에 섰다는 긴장감 탓인지 피곤한 기색을 비치지 않았다.

6·25전쟁 유엔군 참전용사의 손녀인 호주인 클라크 워커 씨(22·여)는 “이곳은 무척 아름답지만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어 슬픈 생각이 든다”며 “한국이 빨리 통일되기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육군사관학교 지망생인 고교생 최정현 군(17)은 “교과서로 배우는 것 말고 이렇게 현장에서 남북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어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밝혔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이날 가칠봉OP 등정에 동행했다. 현 장관은 남북관계 경색을 풀어야 할 때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경색을 푸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풀고, 풀고 난 뒤 미래가 어떤 것이냐가 중요하다. 1보 전진 뒤 2보 후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6자회담 재개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은 천안함 사태 해결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때”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행사에는 장준규 21사단장과 박철수 국방부 6·25전쟁 60주년사업단장 등이 안내를 맡았고, 군 복무 중인 연예사병 앤디(본명 이선호)와 붐(본명 이민호)도 함께했다.

양구=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양성희 인턴기자 경희대 정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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