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 ‘빅이슈’ 판매 통해…사회 소속감-자립심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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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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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판매잡지’ 시작 버드씨
한국판 창간 축하위해 방한

“노숙인들은 이 잡지 ‘빅이슈(Big Issue)’를 판매하면서 구매자와 동등하다고 여길 수 있고 사회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자립 기회를 찾는 거죠.”

5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열린 월간지 ‘빅이슈 코리아’ 창간 기념 강연에서 이 잡지를 처음 만든 영국의 출판인 존 버드 씨(64·사진)는 ‘빅이슈’의 역할을 이렇게 말했다. 빅이슈는 노숙인들이 판매하는 잡지로, 1991년 버드 씨와 사업가 고든 로딕 씨가 영국에서 처음 만들었으며 현재 37개국에서 라이선스로 발간되고 있다.

빅이슈가 한국에서 나온 계기는 2년 전으로 올라간다. 빅이슈 코리아의 박인훈 대표(48)가 인터넷 카페에서 “외국에 노숙인들이 판매하는 잡지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접하고 곧장 출판 계약을 했다. 박 대표는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잡지는 36쪽짜리로 명사 인터뷰와 사회 이슈 등을 담는다. 창간호에는 빅이슈와 인터뷰를 많이 한 영화배우 조니 뎁의 이야기, 30대 한국인 회사원의 사내 파벌 싸움에 대한 고민을 노숙인이 조언해 주는 ‘스트리트 상담실’ 등이 실렸다.

빅이슈 판매원(빅판)들은 처음엔 정가 3000원인 빅이슈 10부를 무상으로 받아 3만 원을 마련한다. 그 뒤 1400원에 이를 공급받아 판매해 한 부에 1600원을 남긴다. 창간호는 5일부터 서울 광화문역 강남역 고속버스터미널 등 8군데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빈민가 출신인 버드 씨는 “젊었을 때 늘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둘렀지만 그 생활을 정리할 수 있었던 건 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노숙인이 판매한다는 화제에만 휩싸여 내용이 재미없으면 지속성이 없기 때문에 이웃의 얘기를 따뜻하게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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