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총칼에 굴복 친일노래 만들어 국민들께 해 끼친 것 대단히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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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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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반야월 씨 친일 사과

“총칼 앞에서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북해도 탄광으로 끌려간 시절이었다. 본의 아니게 그런(친일) 노래를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해를 끼친 건 참으로 유감스럽고 지금은 후회한다.”

가수 겸 작사가 반야월(본명 박창오·93·사진) 씨가 9일 고개를 숙였다. 71년간 ‘단장의 미아리 고개’ ‘울고 넘는 박달재’ ‘아빠의 청춘’ ‘소양강 처녀’ 등 5000여 곡을 작사한 반 씨는 이날 국회에서 자신의 친일 행적에 대해 이같이 공개 사과했다.

반 씨는 일제강점기 ‘결전 태평양’ ‘일억 총 진군’과 같은 군국가요 작사에 참여한 경력으로 2008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만든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랐다.

그는 “목숨보다 중요한 게 있나. 그때는 (일본 회사의) 전속가수로 돼 있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여러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1939년 자신이 일본의 만주유민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노래 ‘새 고향 북경차’를 지은 뒤 폭행당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억압받던 상황을 설명했다.

경남 마산시 반월동 출신인 그의 기자회견을 주선한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경남마산갑)은 “반야월 선생은 우리 가요사에서 가장 많은 노랫말과 히트곡을 낸 분이지만 그동안 친일행각을 했다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면서 “오늘 이런 진솔한 대화를 통해 재평가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의원 이외에 한나라당 조해진, 민주당 송민순 조배숙 의원, 가요사랑뿌리회 회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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