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서초등학교 과학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 김헌수 교사(가운데). 그는 “생활 주변을 조금씩 바꿔나가려는 태도가 과학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포항제철서초교
“과학을 ‘과학과목’에 한정하기보다는 모든 공부에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좀 쉽지 않을까 합니다.” 경북 포항제철서초교 김헌수 교사(49)는 9일 ‘과학은 어렵게 느껴진다’는 일반적 견해와 관련해 “과학과목뿐 아니라 국어나 영어, 예술 등의 과목도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과학적 태도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사는 이날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마련한 ‘2009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해 장관상과 상금 1000만 원을 받았다. 1999년부터 주는 이 상은 매년 과학 관련 활동에 모범을 보인 개인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그는 과학교육 분야의 수상자로 뽑혔다. 그는 특히 학교수업뿐 아니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과학을 생활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 ‘과학창의력 퀴즈’라는 웹 사이트를 9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포항을 중심으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모임인 ‘APC(재미있는 물리를 하는 사람들)’의 회장을 3년 동안 맡으면서 과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과학과 창의력에 관한 20여 가지 교재를 제작하고 연구논문도 30여 편 발표했다. 이런 성과 덕분에 그는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대구교대를 졸업하고 1981년 경북 청도군 매전초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는 과학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1987년 포스코교육재단 소속 학교로 옮긴 이후 과학교육에 눈을 떴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무언가 현상유지를 하는 것보다 하나라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며 “이런 마음이 곧 과학적 탐구활동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의 출발점을 어려운 문제풀기 같은 방식이 아니라 생활 주변의 자잘한 개선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교육이나 과학적 탐구의 중요성을 허공에 외치는 듯한 방식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다. 학생들이 호응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은 선생님의 한계를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이 과학 마인드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마음속에 과학적 탐구자세가 녹아들 수 있을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교육에 관한 한 남다른 열정과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학교 교육에 대해 큰 위기감을 갖고 있다. 생각하는 과정을 중시하면서 사고력을 키우기보다는 점수 매기기 편한 분위기로 ‘생각하지 않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교육오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학생들이 호기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교육자료를 만드는 것은 교사로서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바로 이것이 교사와 학교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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