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서울 첫 자사고 하나高 김진성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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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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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보다 본보기 될 인재 키워낼 것”

김진성 하나고 교장은 “하나고에 오려면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해야 한다”며 “지필고사 등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는 시험은 절대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훈구 기자
김진성 하나고 교장은 “하나고에 오려면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해야 한다”며 “지필고사 등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는 시험은 절대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훈구 기자
《“무엇이라도 좋으니 꿈을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아서 꿈을 더 크게 키워주고 싶다. 단지 입시 성적이 좋은 학교가 아니라 남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사람을 많이 배출하는 학교로 만들고 싶다.” 내년 서울의 첫 번째 자립형사립고로 문을 여는 하나고 김진성 교장(54)은 솔직하고 분명한 어조로 “대학 진학 이후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에 들어서는 하나고는 현재 건물을 거의 다 짓고 ‘새집증후군’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
학교생활과 자기 꿈에 성실한 학생 선발
배려대상자 “개천에서 용 나겠구나” 확신

지난달 30일 찾았을 때, 김 교장은 아직 서울 중구 다동 하나학원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첫해 모집에 1500명 가까이 응시해 말 그대로 ‘하나고 열풍’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어떤 학생을 선발했을까 하는 겁니다.

“첫 번째 기준은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은 성실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해 좋은 점수를 줬습니다. 또 담임교사가 작성하는 추천서에도 무게를 뒀습니다. 학교와 교사가 그 학생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 것입니다. 그것이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두 번째 기준은 내신 성적은 조금 부족해도 자기 꿈에 성실한 학생입니다. 자기소개서를 평가 요소에 반영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남한테 등 떠밀려 쌓은 ‘스펙’이 아니라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자기 주도적으로 어떤 준비를 구체적으로 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우수한 학생을 많이 확보했다는 자신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학원가에서는 국내 최고 입시 명문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고교를 비교할 때 입시 경쟁 위주였습니다. 물론 고교는 대학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대입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하나고는 체력과 지성, 덕성, 감성을 포괄적으로 교육하는 장이 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선택의 장을 넓혀주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도록 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입시를 포함한 모든 결과가 다른 학교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기준이 하나일 때는 1등이 한 사람밖에 없지만 기준이 여러 개면 1등도 여러 명입니다. 같은 수의 졸업생이 대학에 가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전공을 찾아가는 학생이 많은 학교로 키우고 싶습니다.”

하나고는 이를 위해 학생들이 필수 과목만 들으면 나머지 과목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사고인 하나고는 교육 과정 편성에 제약이 없다. 대학과목선이수제(AP) 과목은 물론이고 특정 외국어 수업을 강화할 수 있으며 국제고나 과학고에만 있는 전문 교과도 개설할 수 있다. 하나고는 무학년제에다 문과, 이과 구분도 없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고는 지금껏 다른 학교가 해온 것을 쫓아가기보다 미리 예측하고 앞서 대비하려고 합니다. 우리 학교에서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3년 후 입시는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에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여태 우리는 어떻게든 부산에만 가면 다 똑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제는 학생들이 더 행복해하는 방식으로 부산에 가는 길을 찾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에는 꼭 보내겠습니다.”

―하나고는 정규 수업이 끝난 뒤 저녁 시간까지 방과후 수업은 전부 예체능 수업만 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학교 교훈이 ‘세계가 나를 키운다, 내가 세계를 키운다’입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만 경쟁을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우리 학교는 우리나라에서 1등으로 꼽는 기준 그 이상을 갖춘 학생을 기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엔 공부는 잘하는데 문화적 감수성이 부족한 학생이 많습니다. 이런 친구들은 해외에 나가면 소통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앞을 내다보는 폭과 깊이, 길이를 모두 갖춘 교육을 하려는 노력입니다.”

―이런 교육을 하다 보면 교육비가 많이 들고 자연스럽게 ‘귀족학교’ 논란이 따라붙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과 형편은 넉넉하지 못해도 잠재력이 있는 학생이 어울려 공부하는 학교를 귀족학교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비가 아니라 교육 품질을 봐야 합니다. 우리는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연간 학비보다 훨씬 높은 만족도를 드리려고 합니다. 이번에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합격자를 보면서 ‘우리나라에 아직 희망이 있구나. 개천에서 용이 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학업 능력을 증명한 학생이라면 경제적 환경 때문에 우리 학교에 와서 공부할 기회를 잃을 일은 없습니다. 남들과 교육 환경이 달라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잠재력을 발휘하는 학교로 가꾸겠습니다.”

하나고는 금융 지주회사인 하나금융그룹에서 설립한 회사다. 하나금융그룹은 학생 부담금의 25%에 해당하는 연간 30억 원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나고에 오려면 이것만은 하지 마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렇게 저렇게 하면 하나고에 올 수 있다’는 틀이 없다는 겁니다. 그 대신 ‘필요 이상을 넘어서지 마라’ ‘괜한 스펙 키우지 마라’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전형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입시 준비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옆집 아이가 하니까 우리 애도 시켜야지 하는 생각은 낭비입니다. 학생이 주어진 조건에서 자기 꿈을 최적화한 정도를 보려고 합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에 꿈은 얼마든 바뀔 수 있습니다. 단 어떤 과정을 거쳐 꿈을 바꾸게 됐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 설명할 수만 있으면 됩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김진성 교장:


―1954년 서울 출생

―1980년 고려대 농업경제학 학사

―1988년 미국 캔자스대 경제학 박사

―1991∼2009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2002년 고려대 대외협력처장

―2003∼2006년 고려대 총무처장

―2009년 하나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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