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오르며 장애 이겨낼 자신감 얻을 것”

  • 입력 2009년 9월 17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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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16명, 엄홍길 씨와 트레킹

드넓은 쪽빛 바다, 군함처럼 바다 위에 떠있는 무인도, 검은 현무암, 하늘로 높게 뻗은 야자나무…. 장애 청소년들의 눈에는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다. 16일 오후 1시 반 제주 서귀포시 천지동 외돌개 해안. 의료복지법인 푸르메재단이 마련한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제주도 비전 트레킹 프로젝트’에 참가한 장애 청소년 16명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으며 ‘올레 7코스’ 탐방에 나섰다.

올레는 원래 큰길에서 집까지 이르는 골목길을 이르는 제주방언이지만 지금은 걷기여행 코스를 뜻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장애 청소년들은 집에 가는 길이 아니라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발을 내디뎠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해안, 숲의 절경에 취한 것도 잠시. 걷기를 시작한 지 30여 분 만에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쉬다 가다를 반복하며 제주의 ‘속살’을 만났다. 화순해수욕장에서는 바다와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며 더위를 식혔다.

이연 양(18·성심여고 3년)은 다리가 불편해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 양은 “친구들과 여행을 하며 추억을 만들고 싶었지만 이뤄진 적이 없다”며 “이번 여행에서 소설가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는 자신감을 얻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들 청소년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뇌병변, 지체장애, 다운증후군, 지적장애 등을 갖게 됐다.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적응이 쉽지 않고 친구 사귀기도 힘들다. 유보람 양(19·수도여고 3년)은 “소외감을 달래기 위해 한 달에 한두 번 관악산을 오를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며 “엄홍길 대장님을 만나고 싶었는데, 오늘 작은 소망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들은 17일 외환은행 자원봉사단원 등과 함께 한라산 정상 도전에 나선다. 저녁에는 장애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홍석만 선수의 강연을 듣는다. 이번 행사에 흔쾌히 동행한 산악인 엄홍길 씨는 “장애 청소년들이 희망과 꿈을 이루는 데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며 “한라산 정상 도전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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