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린이-여성 말 거칠어져…남성 말투는 거꾸로 여성화”

  • 입력 2008년 10월 8일 02시 49분


심승자 佛국립동양대 교수 “한류 영향 佛 한국어 수강자 늘어”

“프랑스에 처음 갔을 때 ‘한국은 일본어를 쓰느냐, 중국어를 쓰느냐’는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7개 대학에 한국어 강의가 개설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프랑스 국립동양언어문화대학(INALCO) 심승자(63·여·사진) 교수는 33년간 프랑스에서 한글 교육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2일 제2회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사회복지 분야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1968년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국비 유학생으로 프랑스에 건너가 파리 제3대학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75년부터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를 시작했고, 1980년부터 프랑스 외교관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프랑스 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 한국어 시험 출제위원도 맡고 있다.

심 교수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어 강의 수강자가 늘기 시작했다”며 “현재 프랑스에서는 우리 영화 및 TV 드라마가 유행하는 등 한류 바람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가 우리말을 가르치며 가장 힘들다고 느꼈던 것은 한국어에 대한 우리 국민의 태도였다.

그는 “‘한국어를 강의하는 데 무슨 수업 준비가 필요하냐’고 우리말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동포가 많다”며 “처음 프랑스에 갔을 때 ‘한국은 중국어를 쓰느냐, 일본어를 쓰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보다 더 속상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어린이와 여성의 말투가 전체적으로 매우 거칠어졌고, 반대로 남성의 말투는 여성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내가 과분한 대우를 받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계 문화계 모두가 발전한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내 힘이 닿는 한 한국어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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