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4,19위 연파하고 US오픈 16강 이형택, 가족은 나의 힘

  • 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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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31·삼성증권)은 요즘 부쩍 ‘가족’과 관련된 얘기를 자주 한다.

2일 US오픈에서 7년 만에 다시 메이저 테니스대회 16강에 진출했을 때는 “아내와 아이 둘이 큰 힘”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세계랭킹 50위 안에 처음으로 진입하고는 “분유값 벌기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 이형택은 한때 ‘가족’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저민 적이 많았다.

강원 횡성군에서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10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다. 게다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어머니는 식당일을 하느라 서울에 계셨기에 할머니 손에 자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테니스를 시작한 뒤에는 집을 떠나 양구, 원주 등을 돌아다녔고 고등학교는 춘천(봉의고)에서, 대학교는 서울(건국대)에서 나왔다.

외로운 유년기를 보낸 그는 2004년 2월 이수안 씨와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뒤 2006년 4월 딸 송은이를 얻었다. 첫 아이를 얻기 전만 해도 이형택은 은퇴까지 고려할 만큼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장기 해외 원정으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고 세계랭킹이 100위 밖으로 밀려난 데다 코치와도 갈등을 빚은 것.

하지만 아빠가 된 뒤 일이 술술 풀렸다. 현역 시절 절친한 선배였던 윤용일이 코치로 호흡을 맞추게 됐고 성적도 나면서 지난해 초 107위였던 랭킹이 그해 말에는 49위까지 점프했다. 올해에는 지난달 18일 아들이 태어났다. 창현이라는 이름은 아내가 작명소를 통해 지었다. 아내의 출산을 지켜본 뒤 나흘 만에 미국으로 출국한 이형택은 이번 US오픈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형택에게는 두 아이가 ‘복덩이’인 셈이다.

아내 이 씨는 “남편이 자식 욕심이 많다. 아무래도 집을 오래 비우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가장으로서 한층 책임감을 느끼는 이형택은 철저한 자기 관리와 한결 성숙한 모습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 ‘제2의 전성기’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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