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내레이터 모델 김형진-최영금 씨“제2인생을 향해 워킹∼”

  • 입력 2007년 3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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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내레이터 모델인 최영금(오른쪽) 김형진 씨 부부는 여러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삶의 활력을 찾았다. 이들은 90세가 되더라도 내레이터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실버 내레이터 모델인 최영금(오른쪽) 김형진 씨 부부는 여러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삶의 활력을 찾았다. 이들은 90세가 되더라도 내레이터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돈 버는 즐거움도 있지만 나이 들어서 할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정말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입니다.”

대한노인회 일산 동구지회 취업센터가 운영하는 실버 내레이터 모델 사업단 회장인 최영금(67·여) 씨와 모델 단원인 남편 김형진(70) 씨 부부는 틈만 나면 거울을 보며 무대 인사법과 워킹을 연습한다.

행사장에서 관람객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다. 남편은 인사를 할 때 허리를 어느 정도 굽혀야 하는지 시범을 보이는 등 자상하게 ‘외조’를 한다.

최 씨 부부는 임인열 취업센터장의 권유로 실버 내레이터 모델이 됐다. 임 씨는 최 씨가 어린이집 원장을 지내 사람을 잘 다루고 ‘끼’가 넘치는 것을 눈여겨보고 선발대회 참가를 권유했다. 최 씨는 남편을 졸라 함께 참가했다.

300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최 씨 부부 등 80명이 선발돼 이 가운데 40여 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65세 이상이며 최고령 회원은 76세다. 부부 모델도 3쌍이나 된다.

실버 내레이터 모델단은 지난해 5월 ‘고양 세계 꽃박람회’ 때부터 본격적으로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9월에는 ‘고령친화산업 및 효 박람회’에서 노인용품 홍보를 맡았고, 올 2월 대구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는 패션쇼 모델로도 활동했다.

김 씨는 “효 박람회에서 안마의자를 홍보했는데 불티나게 팔려 보람이 있었다”며 “노인이 홍보하니까 고객들이 더 신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관람객들이 내가 젊은 사람이 아니라 노인인 줄 알고 깜짝 놀랄 때는 기분이 짜릿하다”고 말했다.

실버 모델의 일당은 7만∼10만 원이지만 오래 서 있는 것이 힘들어 단원끼리 교대로 근무하고 일한 만큼 나눠 갖는다. 최 씨는 한 달에 10∼15일 일하면서 50만 원 정도 번다. 남편 수입까지 합치면 짭짤하다. 최 씨는 지난해 5·31 지방선거 때는 찾는 곳이 많아 혼자 100만 원까지 벌었다고 한다.

“1남 3녀가 모두 출가했고 내외가 함께 버니까 사는 걱정은 없어요. 손자 손녀에게 과자 값이라도 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공직에서 은퇴한 김 씨는 “처음엔 혹시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지금은 내가 먼저 연락해서 구경 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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