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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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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와 경남 남해군으로 둘러싸인 광양만에서 가장 큰 섬 묘도(猫島·고양이섬). 생김새가 고양이를 닮았다고 해서 오래전부터 이렇게 불려 왔다. 행정구역으로는 여수시 묘도동인 이곳은 여수시 적량부두에서 배로 7분 거리. 5개 마을에 1500여 명이 살고 있다.
11일 묘도동 온동마을은 국경일이 아닌데도 온통 태극기 물결로 뒤덮였다. 집집마다 6m 높이의 철제 깃대에 걸린 태극기가 바닷바람에 힘차게 펄럭였다.
86가구 27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곳은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태극기가 휘날리는 ‘태극기 마을’이다.
온동마을이 태극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5년 전인 2001년 8월. 당시 마을 이장인 정종권(60) 씨가 광복절부터 마을 전체에 1년 내내 태극기를 달자고 제안했다. 주민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정 씨는 “노인들조차 태극기를 어떻게 다는 줄 몰라 쩔쩔매는 경우도 많고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지 않는 가구가 늘어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묘도 앞바다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물리친 승전지라는 역사적 사실을 일깨우는 의미도 있었다.
묘도는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의 전적지. 정 씨는 마을 기금으로 모든 주민의 집 앞에 게양대를 세우고 태극기를 나눠 줬다. 여수시도 다음해 이 마을을 태극기 시범마을로 선정하고 국기가 훼손되면 즉시 동사무소를 통해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인근 도독마을도 올 초부터 태극기 마을이 됐다. 전체 28가구 주민이 마을 회의를 열어 태극기 달기 운동에 참여한 것.
온동마을 방형선(57) 이장은 “묘도 전체가 태극기 마을이 돼 하루에 100여 차례 이곳을 지나는 외국 선박의 선원들이 태극기로 덮인 마을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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