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묵 씨, 전과자들 모아 동인천역 근처 급식소 운영

  • 입력 2006년 7월 6일 02시 59분


연중무휴로 노인과 노숙인, 청소년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동인천역 인근 ‘사랑의 마을’. 비가 내린 4일 오징어국, 부침개가 점심상에 올라왔다. 인천=박희제 기자
연중무휴로 노인과 노숙인, 청소년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동인천역 인근 ‘사랑의 마을’. 비가 내린 4일 오징어국, 부침개가 점심상에 올라왔다. 인천=박희제 기자
“노인에게 따듯한 밥을 드리고 돌아서면 기쁨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어요. 전과자들이 우리처럼 정착하기를 기대하면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4일 낮 12시 국철 1호선 동인천역 인근 1층 식당에 자리 잡은 무료 급식소 ‘사랑의 마을’.

건장한 남성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노인 50여 명을 위해 밥과 반찬을 나르고 있었다.

7년째 급식소를 이용하고 있는 김정자(68·여) 씨는 “노인을 정성껏 돌보는 ‘사랑의 마을’ 사람들은 친자식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주방과 배식을 담당하는 이들은 ‘별’을 몇 개씩 단 전과자나 노숙인 출신. 노인과 노숙인을 위해 점심, 저녁을 제공한다.

매일 오후 7시 반∼9시에는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에게 떡라면이나 자장면을 무료로 준다.

1999년부터 ‘사랑의 마을’을 이끄는 이종묵(47) 씨는 유년 시절부터 폭력 조직에 몸담으며 20년간 교도소를 들락거린 전과 8범.

중학교를 중퇴했으나 1990년 중반 교도소에서 복역하며 방송통신으로 신학을 공부해 지난해 목사 자격을 얻었다.

그는 청송교도소와 소년원을 돌며 봉사 경험을 소개한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새 삶을 찾은 전과자는 300여 명에 이른다. 요즘은 15명이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채소 하역작업을 하면서 자립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성민(49) 황동주(48) 씨 등 15명은 후원회를 구성해 급식비를 지원한다.

이 씨는 “갱생보호소에선 재범 가능성이 높지만 인천에서 유일하게 법무부로부터 사설 자활기관으로 지정받은 ‘사랑의 마을’을 거쳐 간 전과자는 자립의 길을 걷고 있다”고 자랑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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