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반도 연구 권위자 오코노기 게이오大 법과대학장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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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기 게이오 大 법과대학장. 홍진환 기자
오코노기 게이오 大 법과대학장. 홍진환 기자
일본 내 한반도 연구의 권위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사진) 게이오(慶應)대 법과대학장에게 2005년은 세 겹으로 뜻 깊은 해다.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에, 그가 일본에서는 황무지였던 한반도 관련 연구에 발을 들여 놓은 지 꼭 40년 되는 해이자 그의 회갑이기도 한 것.

“한국 사람들의 정(情)에 끌려 여기까지 왔습니다. 학문 연구와 동시에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병행할 수 있었으니 학자로서 이보다 행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하잖습니까. 앞으로도 작은 역할이나마 계속하고 싶습니다.”

연구자 및 언론인 그룹인 ‘한일사회문화포럼’과 ‘한국 오코노기 연구회(고마하치카이·駒八會)’가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초청강연회장에서 그는 지난 40년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가 한국과 처음 대면한 것은 1972년, 게이오대 박사과정 중에 연세대와 게이오대의 교류협정이 맺어져 그 1호로 유학길에 나섰다.

한국에서는 반일 감정이 여전했고, 일본에서는 한마디로 ‘한국엔 무관심’이던 상황이었다. 2년의 유학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간 그는 스승도 없이 혼자서 한반도학을 개척해 나갔지만, 지금은 일본 각지 대학에 수십 명의 제자가 포진할 정도로 일가를 이뤘다.

현실 정치에서도 그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집권 초기 대한반도 정책 브레인 그룹으로 일하기도 한 그에 대해 주한 일본대사 기용설은 물론 북-일 수교를 전제로 초대 북한대사 기용설까지 나돌았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일본 안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만 원활하면 만사 오케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일본이 아시아에서 고립된다면 결과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도 어그러집니다. 아시아에서 리더십 없는 일본은 미국으로서도 중요하지 않은 존재일 수 있기 때문이죠. 요즘 미국 내에서도 야스쿠니 참배 문제에 대한 비판론들이 나오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그는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 대해 “민족주의와 역사문제의 극복을 위해 양국 모두에 낙관적 현실주의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숙명적인 적대관계가 아니고 경쟁관계이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미국과의 동맹이라는 세 가지를 공유하고 있는 보기 드문 관계라는 것이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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