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32년 佛건축가 에펠 출생

  • 입력 2005년 12월 15일 03시 10분


“에펠탑과 자유의 여신상에 질투를 느낍니다. 저보다 더 유명하기 때문이죠.”

프랑스의 철제 건축기술자 구스타브 에펠(1832∼1923). 그는 “질투를 느낀다”고 했지만 그건 “감사하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자유의 여신상은 특히 그렇다. 철제 건축기술자로서 그의 진정한 명성은 자유의 여신상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1832년 12월 15일 프랑스 디종에서 태어난 에펠의 꿈은 화학자였다. 하지만 20대에 우연히 철도 건설 기술자를 만나 철도회사에 취업하면서 꿈이 바뀌었다. 그건 ‘철(鐵)’과의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에펠이 처음 맡은 일은 보르도 근교의 갈론 강에 22m짜리 철교를 건설하는 일이었다. 타고난 감각 때문이었을까. 철교 건설은 그의 전공이 아니었지만 에펠은 멋지고 튼튼한 교량을 만들어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34세 때인 1866년 아예 회사를 세워 독립했다. 1877년 포르투갈의 도루 강에 길이 160m의 아치형 철교를 건설하는 등 철제 건축가로서 명성을 쌓아 갔다.

1880년대는 그의 전성기였다. 첫 작업은 자유의 여신상 내부 설계였다. 자유의 여신상 건립 작업은 1870년대 초에 시작됐지만 그때까지 지지부진했다. 45m 높이의 받침대 위에 47m 높이의 여신상을 세우기로 큰 틀만 정했을 뿐, 해풍이 거센 뉴욕의 바닷가에 그 높은 조형물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묘안을 찾지 못했다.

건립위원회는 고민 끝에 에펠을 선택했다. 에펠은 1881년 내부 설계에 들어갔다. 관건은 강한 바닷바람에도 조형물이 안전하게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점이었다. 에펠은 유연한 동판(銅板) 300여 개를 철제 버팀대와 연결하는 식으로 작업해 바람의 충격을 최소화했다. 비가 올 경우 감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에 대비해 절연 장치까지 설치했다. 내부 철골 작업은 1884년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의 이름은 유럽을 넘어 미국에까지 알려지게 됐다.

이어 1885년엔 프랑스 남부 트뤼에르를 가로지르는 높이 122m, 길이 564m의 철제 아치교(가리비 고가철교)를 세웠고 1889년 그 유명한 높이 300m의 에펠탑을 완성해 ‘철의 마술사’라는 명성을 확고히 굳혔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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