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참사 10년…당시 생존자 최명석씨

  • 입력 2005년 6월 2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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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때 기적적으로 생존한 최명석 씨. 지금은 어엿한 회사원이 되었다. 사진 제공 GS건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때 기적적으로 생존한 최명석 씨. 지금은 어엿한 회사원이 되었다. 사진 제공 GS건설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사고현장에 위령탑 하나 없는 현실이 조금 씁쓸하네요.”

사망자 502명을 포함해 14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29일로 꼭 10년.

당시 무너진 백화점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10일 이상 배고픔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견디고 기적적으로 생존한 세 사람이 구출되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생명의 고귀함을 새삼 느끼게 해줬다. 주인공들은 11일째 구출된 최명석(30) 씨를 비롯해 유지환(27·여·13일째), 박승현(29·여·17일째) 씨.

당시 20세 대학생이던 최 씨는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자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구조 당시의 최명석 씨.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 씨의 예비 신부는 사고 후에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은 박승현 씨의 고교 동창으로 지난해 박 씨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

최 씨는 2000년 GS건설에 특채돼 재개발재건축기획팀에서 대리로 일하고 있다.

“사고 전과 후,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생각이 많아진 ‘애늙은이’가 된 거예요. 그 전에는 정말 생각 없이 살았거든요. 사고 뒤 너무 생각이 많아져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걱정했을 정도였어요.”

20대 초반이었던 최 씨는 ‘내일 당장 죽을 수 있는 게 인생인데 열심히 살아서 무엇하리’라는 비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1997년 해병대 입대를 자원했다.

“몸을 괴롭게 해서라도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들을 잊고 싶었어요. 2년여 간의 군복무 후 사고 기억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입사 후 영업부서에서 근무했던 최 씨는 2년 전 현재 근무하는 팀에서 일하고 싶다고 회사 측에 정식 요청했다. 부실공사의 끔찍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최 씨는 직접 재건축공사 현장에 있으면서 건물이 제대로 지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었다. 무너진 삼풍백화점 자리에는 현재 29∼39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인 아크로비스타가 들어서 있다.

최 씨와 달리 박 씨와 유 씨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들은 인터뷰를 할 때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 떠올라 인터뷰 자체가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사고 후 근로복지공단에서 일하다가 2000년 그만둔 후 서울에 살고 있고 유 씨는 2002년 결혼해 경기 의정부시에서 살고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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