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프로농구 겨울리그 꼴찌 신한銀팀 실미도 지옥훈련

  • 입력 2005년 4월 8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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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보트 들어올리기는 극기 훈련의 필수 코스. 교관까지 올라 앉는 바람에 신한은행 여자농구팀 선수들은 150kg을 들고 3km나 걸어야 했다. 오른쪽 앞이 결혼과 출산으로 은퇴했다가 최근 코트에 복귀한 ‘맏언니’ 전주원. 사진 제공 신한은행
고무보트 들어올리기는 극기 훈련의 필수 코스. 교관까지 올라 앉는 바람에 신한은행 여자농구팀 선수들은 150kg을 들고 3km나 걸어야 했다. 오른쪽 앞이 결혼과 출산으로 은퇴했다가 최근 코트에 복귀한 ‘맏언니’ 전주원. 사진 제공 신한은행
“동작 그만. 보트 내려. 앞으로 취침. 목소리가 작다. 뒤로 취침.”

교관의 추상같은 지시에 여자선수 15명이 차디찬 갯벌에서 이리저리 뒹굴었다. 온몸은 이미 진흙투성이. 하얗던 얼굴도 흙 범벅이 돼 눈만 반짝였다.

8일 인천 영종도 인근 실미도의 한 사설 해병대 캠프.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선수들이 2박 3일 일정의 극기훈련을 자청해 고무보트훈련(IBS)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교관까지 올라 앉아 150kg이나 나가는 보트를 8명의 선수가 함께 들어올려 낑낑거리며 3km 거리를 이동하는 지옥훈련. 입에서 저절로 “으윽”하는 비명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선수들은 이를 악물었다. 힘이 든다고 한 사람이라도 꾀를 부리면 동료에게 더 큰 고통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끝난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에서 꼴찌로 처졌다. 패배 의식을 털어내고 선수들의 정신력과 팀워크를 높이기 위해 선택한 게 고통스럽기로 소문난 해병대 캠프. 훈련 장소도 북파공작원의 부대가 있었던 곳. 최근 영화 ‘실미도’로 유명해진 바로 그곳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은퇴했다가 최근 코트에 복귀한 ‘맏언니’ 전주원(33)은 “영화로 봤던 그곳에 직접 올 줄은 몰랐다”면서 “처음엔 두려웠지만 후배들과 함께 깡으로 버티니까 저절로 동료애와 자신감이 솟았다”고 말했다.

고무보트훈련뿐이 아니었다. 유격훈련, 외줄을 타고 내려오는 암벽 레펠, 파도와 싸워야 하는 바다 수영….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느라 선수들이 입은 검은색 군복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었다. 밤에는 실미도 부대원이 수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는 해변에서 야간 담력훈련을 했고 5km 산악행군도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마쳤다.

“불굴의 투지와 필승의 신념으로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 파이팅.”

몸은 녹초가 됐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세상이라도 얻은 듯 밝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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