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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7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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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전 감독과는 2002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중심에서 열광했고, 쿠엘류 전 감독과는 패배의 그늘에서 숨죽여야 했다.
“히딩크 전 감독을 처음 봤을 때 날카로움과 우직함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쿠엘류 전 감독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한 명은 영웅이 됐고 한 명은 패배자로 떠났다.
히딩크 전 감독은 이동 중 차안에서도 책을 보거나 수첩에 메모하며 바쁘게 보냈다. 버스를 타고 선수들과 함께 가다가 갑자기 승용차로 옮겨 타는 등 다소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중에 보니 그런 변덕이 선수들의 긴장을 유지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사적인 자리에선 아주 인간적이었다. 김씨를 “친구”로 불렀다. 명절 때마다 ‘휴일 잘 보내게’란 카드와 함께 꽃을 보냈다. 때론 김씨를 따로 불러 골초인 여자친구 엘리자베스에게 ‘제발 담배 좀 피우지 마’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할 정도로 친근했다.
그에 반해 쿠엘류 전 감독은 맘씨 좋은 이웃집아저씨 스타일. 항상 웃고 잘해줬지만 1년 반 동안 동행했는데도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고 한다. 항상 예고된 일정이었고 차 안에서도 손잡이를 잡고 생각에 잠기든지 음악을 감상하는 게 전부. “처음부터 대표팀 성적이 안 좋다 보니 늘 불안해했던 것 같아요. 감독이 잘 나가야 운전하는 나도 흥이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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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입국한 본프레레 감독은 어떨까. “차갑고 매정할 것 같아요. 히딩크 전 감독보다 살벌합니다. 아무튼 좋은 성적을 내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축구에 문외한이던 김씨는 외국인 감독을 모시면서 이젠 ‘유로2004’를 빼놓지 않고 볼 정도로 ‘축구광’이 됐다. 안전 운전을 위해 매일 아침 태권도와 기수련으로 집중력을 키우는 ‘프로’이기도 하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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