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털어 요양원 짓는 전직 경찰서장 최복영씨 부부

  • 입력 2004년 5월 24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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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을 털어 요양원을 짓고 있는 전 대전중부경찰서장 최복영씨(64) 부부. 내달 부여 성심원이 문을 연다.-부여=이기진기자
전 재산을 털어 요양원을 짓고 있는 전 대전중부경찰서장 최복영씨(64) 부부. 내달 부여 성심원이 문을 연다.-부여=이기진기자
“불쌍한 노인들을 모실 건물인데 튼튼하게 지어야죠.”

3년 전만 해도 경찰서장으로 ‘위세’를 떨쳤던 최복영씨(64)는 요즘 충남 부여군 부여읍 용정리 오석산 뒤편 산기슭에서 요양원을 짓느라 여념이 없다. 부인 정호자씨(61)도 ‘목수’로 변신한 남편을 거들고 있다.

두 사람이 대전의 집을 떠나 이곳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1년 6월. 서천, 부여, 대전중부경찰서장에 이어 충남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을 끝으로 40여년의 경찰생활을 접은 최씨가 “교회 장로로서 여생을 독거노인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한 직후였다.

부여를 택한 이유는 1963년 처음으로 이곳에서 경찰생활을 시작했고 파출소장, 경찰서 과장, 경찰서장 등을 지내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씨 부부는 처음엔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김치를 담가 배달해줬다. 하지만 환갑을 넘긴 나이에 직접 차를 몰고 흩어져 사는 노인들을 돌보기가 쉽지 않았다.

최씨는 결국 노인들을 한군데에서 모시기 위해 퇴직금과 노후를 위해 모아둔 전 재산을 털어 용정리에 땅 1000여평을 샀다.

지난해 초부터 2층짜리 ‘부여성심원’을 짓기 시작했으나 돈이 모자라 자손들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대전 변두리의 땅을 지난해 말 내놓았다.

그는 “땅을 내놓기로 결심한 날 아내가 ‘누군가 해야 하잖아요’라고 위로해 처음으로 눈물을 쏟아봤다”고 회상했다.

최씨는 “힘이 들 때면 골프나 치면서 편하게 지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면서 “요양원 건물이 모습을 갖춰 갈수록 힘이 솟아난다”고 말했다.

부여성심원은 내달 문을 연다. 041-836-3606

부여=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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