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 바란다]서울-수도권 1차 회의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22분


동아일보 ‘제2기 서울 및 수도권 독자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0층 회의실에서 첫 모임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모임에는 본사가 위촉한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독자위원 10명 전원이 참석했으며 본사에서는 김학준 사장과 문명호 오피니언팀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회의에서 동아일보의 정체성과 편집 디자인 등 총론적 문제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고, 4월 한달 동안 본보 지면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벌였다.

▽김학준 사장〓동아일보 제2기 독자위원회에 참여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 독자위원들이 지적하시는 부분에 대해 언제나 마음과 귀를 열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권성원〓4월26일자 A6면 최민 교수의 칼럼 ‘이미지의 힘’처럼 신문도 자신의 독특한 캐릭터와 이미지가 중요하다. 80년대 동아일보는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런데 요즘 동아일보의 논조를 보면 불만스럽다. 4월26일자 사설에 ‘가관이다’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사실 분석보다는 제3자의 시각에서 ‘우습네’라고 하는 식이다. 정치면 사회면 등에서 이런 식의 시니컬한 논조와 이념으로는 신문이 살아남을 수 없다.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의제 설정의 ‘논리’를 제공해야 할 신문이 양비론과 냉소주의에 빠진다면 열독률이 떨어진다.

▽강지원〓포스트모던 시대에는 감성과 감각이 중요한데 동아일보의 색상, 활자체, 디자인은 친근감, 신뢰감이 떨어진다. 인쇄 색상이 너무 흐릿하고 활자도 분명하지 않다. 고색창연한 이미지를 현대적 감각에 맞춰 바꿀 필요가 있다. 활자체도 세로가 긴 활자는 긴박한 뉴스를 줄 때는 도움이 되지만 반면에 안정감이 떨어진다. 동아일보가 전통적으로 정치면이 강한 신문이지만 국민의 흥분을 진정시켜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지윤〓올해 초 ‘위크엔드’ 지면이 발행됐을 때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을 지향한다고 해서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 보니 너무 가벼운 것 같다. 또한 소재도 회를 거듭할수록 진부한 느낌이고, 광고 같은 느낌이 드는 기사도 있다. 경제섹션의 경우 같은 날에 특정 기자가 한 면에 여러 꼭지의 기사들을 다 쓰는 경우가 있는데 마치 경제부 기자가 부족한 것처럼 비치므로 신경써 주었으면 한다.

▽최항서〓정보의 홍수 속에 요즘은 대형 사건사고들조차 일회성 상품으로 취급받는다. 올해 초의 반미감정과 국민경선, 여객기 참사 등이 그러하고 앞으로의 월드컵과 대선도 그럴 것이다. 중국 항공기 추락사고의 경우 동아일보는 초기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이후 공식 조사활동과 각종 의혹에 대한 끈질긴 추적보도가 아쉬웠다. 4·19혁명 42주기를 맞아 그 현재적 의미를 조망하는 기사는 4월17일자 4·19문화상 관련 기사 외에는 찾을 수 없어 섭섭했다. 4월3일자와 17일자에 보도된 ‘실버타운 24시’는 곧 인구노령화 문제가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기획이었다.

▽하희선〓건강면에 질환별로 의료진 베스트 팀을 소개하는 시리즈는 매우 좋은 정보다. 그러나 의료면은 신속한 정보보다는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다. ‘국내 첫 발견, 국내 첫 시술’ 등의 기사는 제대로 확인해서 실었으면 한다.

▽장혜진〓4월19일자 위크엔드에는 ‘부산의 강남 해운대’ ‘뉴욕타임스 편집국장 인터뷰’ 등 같이 묶기에는 너무 이질적인 내용들이 함께 실려 있었다. 주말에디션의 컨셉트가 분명치 않다. 패션이나 요리 등의 기사도 트렌드를 이끌어내기보다는 신상품 소개 나열에 불과한 것 같다.

4월18일자 A20면 ‘영재교육 선발-교육방법’ 기사에서 영재 선발 기준을 선행학습보다는 창의력에 비중을 둔다고 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내가 아는 영재교육 대상자로 선정된 5명의 학생들은 모두 중2 때 고2 과정을 공부한 아이들이다. 이런 기사를 쓸 때는 실제로 뽑힌 아이들을 발로 뛰며 취재해서 검증해달라.

▽유영미〓무선 인터넷 쪽 분야는 대체로 가십성 위주의 정보가 다뤄지는 것 같다.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전문성 있는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쉽다. 또한 사람들이 관심 갖는 정보를 기자들이 적극 발굴하기보다는 기업 측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토대로 보도하는 경향이 짙다. 가끔가다 ‘맛집’ 소개 기사가 나오는데 실제로 가보면 기사 내용과 다른 경우가 많다. 기사에 포장된 것이 많은 것 같다.

▽김민숙〓4월5∼8일 노무현 후보 언론관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동아일보가 당사자여서인지 너무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황당했다.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사안일 경우 동아일보는 사실인지 아닌지만 확인해서 알려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연일 1, 2, 3면의 중요지면을 낭비하는 것을 보고 독자를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4월13일자 A29면 ‘자연산 홍합 남해안 6곳서 마비성 패류독소 기준 초과’ 기사는 너무 소홀하게 다뤘다.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먹어도 되는 것인지 아무런 언급이 없어 무성의했다. 4월13일자 책의 향기에는 ‘13년간 독일문단 쥐고 흔든 평론가’라는 제목이 달린 기사가 있었다. ‘쥐고 흔든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인데 기사 내용은 평론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였다. 어법에 맞는 어휘를 제목으로 쓰도록 주의를 기울여달라.

▽최공필〓동아일보 하면 ‘민족주의, 민주주의’가 사시(社是)다. 최근 세상이 많이 바뀌면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려는 노력이 희미해진 측면이 있다. 뚜렷하지 못한 시각 때문에 정보 홍수 속에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공신력이 있던 언론기관이 그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많은 독자들이 그런 역할을 되찾길 바라고 있다.

▽안상욱〓경제면 기사에서 정확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기사의 경우 관련 업계 당사자는 피해를 볼 수 있다. 기자의 전문성과 편집 시스템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일반독자도 자신과 관련된 이슈일 경우 신문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편집과 관련해서는 ‘주가표’ 등 각종 그래프와 디자인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

정리〓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서울 및 수도권 독자위원

최항서(26)연세대 대학원생(사회학)

이지윤(29)라이코스 코리아 재무팀 대리

장혜진(32)경기 고양시 일산 서울학원 국어강사

유영미(33)SK텔레콤 콘텐츠개발 담당과장

권성원(36)법무법인 오로라 변호사

안상욱(39)웨더머니 대표

하희선(42)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코디네이터

최공필(45)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지원(53)서울고검 검사

어린이청소년포럼 대표

김민숙(54)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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