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씨, 11년만에 모습 드러내…서울지검 심야조사

  • 입력 1999년 10월 29일 02시 22분


11년 동안 종적을 감췄던 ‘고문 기술자’ 이근안 (李根安·61·당시 경감) 전경기도경 대공분실장이 28일 오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자수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8시40분경 성남지청에 자진 출두, 1차 조사를 받은 뒤 29일 0시가 넘어 서울지검으로 압송돼 도피행적 등에 대해 집중조사를 받고 있다.

이씨는 자술서를 통해 “최근(2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재판받은 동료들의 형량이 비교적 가벼웠고 오랜 도피생활에 지쳤다”며 “재판을 보고 마음이 안정됐고 심경의 변화를 느꼈다”고 자수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해외로 도피한 사실은 없고 국내에만 있었다”며 “그동안 집 골방에서 숨어 지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술서를 쓴 뒤 검찰의 보호를 받던 이씨는 28일 오후 11시55분경 수배청인 서울지검 추적전담반 직원들에게 인계돼 서울로 압송됐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씨가 해외도피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도피행적을 더 조사해 봐야 한다”며 “국내에 숨어 있었을 경우 김근태(金槿泰)의원 고문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난 것 등을 의식한 진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검은 이씨에 대한 수사를 강력부 김민재(金敏宰)부부장검사에게 배당해 수사토록 했다.

검찰은 이씨가 해외로 도피한 사실이 있는지와 도피과정에서 경찰 간부나 동료 등의 지원을 받았는지 등을 중점 추궁할 방침이다.

이씨는 85년 9월4일부터 26일까지 당시 치안본부 남영동분실에서 학생운동 배후조종자를 대라며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이던 김근태의원에게 10차례에 걸쳐 물고문과 전기고문 등을 가한 혐의로 김의원에 의해 검찰에 고소됐다.

이씨는 또 79년 남민전, 80년 반제동맹사건 등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조사받고 복역한 사건 관련자들에 의해서도 고소됐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납북어부 김성학(金聲鶴)씨가 낸 재정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공소시효가 2013년까지 연장됐으며 해외로 도피하지 않았을 경우 김근태의원 고문사건의 공소시효는 8월15일로 만료됐다.

한편 이씨와 함께 근무했던 경기도경 대공분실 소속 전현직 경찰관 8명 중 6명이 21일 가혹행위죄 등을 적용받아 징역 1∼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수형·이현두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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