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그날」기다려온 OB무명포수 김윤일

  • 입력 1998년 6월 2일 19시 29분


김윤일과 진갑용. 야구팬들은 OB 주전포수 진갑용은 알아도 김윤일은 잘 모를 것이다.

필자도 사실 김윤일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 그가 지난해 신일고를 졸업했으며 고교시절 3루수 포수 외야수 등 일정한 포지션 없이 떠돌다가 지난해 불펜포수로 입단했다는 정도가 전부다.

말 그대로 그는 연습생 출신의 무명 선수다. 이런 그가 지난주 포수 3명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결장한 OB의 안방을 차지하며 팀을 4연승으로 이끌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일요일 진갑용이 마스크를 쓰자마자 4연승이 끝나고 말았으니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김윤일이 뛰었을 때는 유난히 승운이 따랐기 때문일까. 필자는 그가 2군에서 갖은 고생과 눈칫밥을 먹으면서 피나는 노력을 한데 대한 하늘의 도움이라고 믿고 싶다.

이제 갓 20세를 넘긴 그가 대견스러운 것은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기다리며 좌절하지 않고 ‘그날’을 기다려 왔다는 점이다.

아직은 기량과 경험이 부족한 그는 2군으로 원대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가 OB선수단에 미친 영향은 실로 크다. 시즌초 우승후보로 꼽혔으면서도 기대이하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던 팀에 전환점을 마련해주면서 선배들에겐 자극을, 뒤진 선수들에겐 희망을 각각 줬다.

이는 우리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경제가 회생할 수 있는 길도 피나는 노력과 인내뿐이라는 생각이다.

허구연〈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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