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씨, 鐵路인생 25년…지구둘레 25바퀴 무사고운전

  • 입력 1998년 2월 27일 20시 07분


26일 오후 1시경 서울역 구내 플랫폼에서는 한 기관사를 축하하는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주인공은 1백만㎞ 무사고운전을 기록, 대통령홍조근정훈장을 받은 서울기관차사무소 소속 이창선(李昌鮮·50)씨.

73년 철도청에 들어온 이씨가 25년동안 달려온 철로의 길이는 지구둘레의 25배. 아내 신안숙(申安淑·45)씨와 직장동료들이 마련한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는 이씨의 미소뒤로 그가 달려온 철로만큼 기나긴 세월이 굉음을 울리며 스쳐 지나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밥벌이’를 위해 바로 기관사시험을 본 이씨에게는 6년간의 피눈물나는 기관조사 생활이 기다리고 있었다.

79년 마침내 기관사로 승진했을 때 자신에게 주어진 첫번째 철마(鐵馬)를 수없이 쓰다듬던 감격을 이씨는 잊을 수 없다.

이씨는 이후 20년 가까이 철마를 몰면서 안전운행을 위해 출발 2∼3시간전 운행일지를 검토하고 차량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을 잊지않았다.

밤을 꼬박 새며 운행하거나 인력차질로 휴식도 없이 바로 다음 노선에 투입된 적도 많았지만 그의 근무일지에 결근이나 지각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10여년전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살때는 장마로 천호대교가 물에 잠겼으나 위험을 무릅쓰고 다리를 건너 출근을 ‘강행’했다.

평소 박봉을 쪼개 고아원을 방문하는 등 불우이웃을 도와온 그는 이날도 부상으로 받은 상금 1백만원을 장애인복지단체인 성모자애재활원에 기증했다. 올초에는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하기도 했다.

〈선대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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