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사원시대①]윤윤수/외형보다 수익률 우선

  • 입력 1998년 1월 25일 20시 29분


《IMF 한파가 무섭다. 기업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서릿발처럼 진행되고 있다. 우리 기업은 무엇이 문제이고 선진 외국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잘 하고 있는가.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들을 통해 그들의 경영방식 고용형태 기업문화 그리고 연봉제의 실상 등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선진자본주의 국가, 특히 미국의 기업경영 형태는 여러가지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첫째, 모든 결정은 사업의 수익률에 기초를 두고 이루어진다. 반면 한국 기업은 수익률보다 외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외국기업의 경우 수익률의 극대화를 위해 법이 허락하는 모든 것을 한다. 모기업 주소지를 담세율이 낮은 지역(Tax Heaven)으로 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긴다. 또 직원들에 대한 보상도 기업의 수익률에 얼마나 기여했느냐에 따라 결정한다.

둘째, 철저하게 계약제를 선호한다. 많은 경우 1년 계약을 하지만 채용하고자 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서는 여러가지의 계약기간을 합의해 결정한다. 이는 계약 당시에 기대했던 것 만큼 기여하지 못했을 경우 기업에 대해 폭넓은 유연성을 확보해 준다는 점에서 큰 뜻이 있다. 그러나 정해진 계약기간에 앞서 고용인을 바꿀 경우 계약잔여기간에 대한 보상을 해주지 않고는 해고할 수 없다. 지금 정리해고제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지만 기업의 경쟁력 확보란 측면에서 ‘고용계약제’가 우리의 제도보다 앞서가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셋째, 외국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돼 있다. 그 중 하나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다. 최고경영자가 업무 이외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없도록 기여도에 따라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데 그들은 인색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자본주들은 대우를 적게만 하면 자기들의 돈을 절약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으나 월급만 가지고 사는 사람은 드문게 현실이다. 그만큼 우리의 자본주는 어리석은 면이 있다. 아울러 스톡 옵션(Stock Option)제도를 운영, 이익배분을 통해 주인의식을 갖도록유도한다. CEO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회사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하는 제도를 외국기업들은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외국기업의 경우 실질적인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는 반면 우리의 기업은 동기부여없이 말로만 주인의식을 갖도록 요구하고 있다.

넷째, 외국 기업은 수평적 조직인 반면 우리의 기업은 지나치게 수직적 조직이다. 그 결과 시간을 다투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같이 신속히 변화하는 시대에는 더욱더 수직적 조직이 주는 문제가 크다.

다섯째, 능력위주의 인사관리제도를 들 수 있다. 우리 기업의 경우 연공서열 또는 나이 등이 승진의 중요한 기초자료로 쓰인다. 이런 경우 젊고 능력있는 인재를 놓치게 된다. 외국의 경우 능력있는 직원에게는 반드시 그 사람의 능력에 걸맞은 권한을 주는 대신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확실한 책임을 묻는다.

문화가 다르고 사회적 환경이 다른 우리의 기업경영에 곧바로 외국 기업의 장점들을 도입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점진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는 반드시 있다.

윤윤수 (필라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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