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은퇴 스포츠 거목들]『스타는 가도 명성은 영원히』

  • 입력 1997년 12월 30일 19시 54분


이만수
《전국을 꽁꽁 얼게 한 「IMF 한파」. 체육계도 된서리를 맞았다. 하룻밤 자고 나면 한 둘씩 사라지는 스포츠팀. 스타들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법. 그러나 우리는 은퇴한 스타들의 화려했던 플레이를 잊을 수 없다.》 프로야구는 올해 큰 별이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프로야구 1호 홈런 안타 타점의 주인공 이만수(39·삼성). 은퇴시기를 놓고 삼성과 이견을 보였던 그는 은퇴식조차 해보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어 아쉬움을 남겼다. 유일한 원년멤버인 그는 내년 2월 미국유학을 떠나 지도자로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열 계획. 이와 함께 프로야구는 카리스마가 가장 강한 삼성 백인천감독(54)과 조창수감독대행(48)이 한꺼번에 「토사구팽」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감독의 팀이탈이란 사상 초유의 해프닝을 일으켰던 백감독은 삼성을 최강의 방망이팀으로 올려놓은 공로도 인정받지 못한 채 시즌중 조창수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물려줬다. 조창수수석코치는 감독대행의 한계를 이겨내고 포스트시즌에서 4년만에 삼성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어냈지만 그도 시즌 후 40대 초반의 서정환에게 감독자리를 넘기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유도계에선 「학다리 처녀」 조민선(25·쌍용양회)이 내년 1월25일 결혼을 앞두고 은퇴를 선언, 충격을 던졌다. 66㎏급으로 허벅다리 후리기가 일품인 그는 마사회소속의 이충석과 결혼, 「유도커플」의 탄생을 예고했다. 여자 유도는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조민선과 52㎏급 은메달리스트 현숙희(24·쌍용양회)의 은퇴로 당분간 후계자 양성에 골몰해야 한다. 축구스타 윤상철(32·LG치타스)의 은퇴도 팬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90년과 94년 득점왕에 올랐고 지난 8월3일 사상 최초로 1백골을 돌파한 그는 구단측으로부터 재계약 불가통보를 받았다. 국내 최장신 센터 한기범(2m7·기아엔터프라이즈)과 포인트가드 이영주(현대다이냇)도 지난 5월 끝난 프로농구 원년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모래판의 황대웅(30)과 김정필(24)은 팀해체로 은퇴기로에 선 경우. 민속씨름 최다승(3백26승)과 최다경기(4백96전) 기록을 가진 최고참 황대웅은 세경진흥, 1백60㎏이 넘는 체중으로 「무게 씨름」의 선봉에 섰던 김정필은 우리금고의 해체로 길바닥으로 내몰렸다. 88서울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남규(29·세계 17위)도 동아증권탁구단의 해체로 선수생활의 기로에 섰다. 반면 프로야구의 한대화(37·쌍방울)는 동국대 감독에 취임,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어 그를 아끼는 팬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장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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