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씨 『KAL유족위해 헌신』…기독언론인모임 참석

  • 입력 1997년 9월 25일 19시 57분


지난 87년 북한 여공작원으로 대한항공기 폭파범행에 가담했다가 붙잡힌 김현희(金賢姬·35)씨가 오랜만에 사람들앞에 나타났다. 김씨는 25일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 송현클럽에서 열린 한국기독언론인모임(총무 정일화·鄭逸和 한국일보논설위원)조찬기도회에 참석, 『지금도 대한항공 희생자들에게 항상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귀순후 전도사가 된 김씨는 이날 신앙간증의 형식을 통해 죽고 싶었던 절망의 순간을 종교의 힘으로 이겨냈던 일 등 그동안의 세월을 회고했다. 또 기독교와 알게 모르게 맺었던 여러 인연들을 소개했다. 『어린이 가창대원으로 활동하던 지난 70년 급성소아마비에 걸려 하루만 지나면 그대로 불구가 되는 상황이었지요. 그때 우연히 옆집에 온 한의사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이순간 어머니는 「하나님이 도우셨다」고 말했습니다. 김일성 체제에선 이상한 말이지요. 나중에 서울에서 어머니 친구들로부터 어머니가 평양의 미션계통학교에 다닌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84년에는 테러훈련차 스위스 여행중 별다른 생각없이 십자가 목걸이를 사서 걸고 다녔다고 했다. 그런데 비행기 테러때는 별다른 생각없이 십자가를 평양에 두고 떠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기독교와의 보이지 않는 인연인 것만 같다고. 그는 『앞으로 유족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통일을 위해서는 경제 정치적 준비뿐만 아니라 종교적 메시지가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생활에 대해서는 『시장에 들러 음식을 사먹거나 건강을 위해 산책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평범한 한국 시민이 되기 위해 기회가 된다면 결혼도 하고싶다』고 말했다. 〈한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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