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자 김준호씨 「우리소리 특강」방송가 화제

  • 입력 1997년 7월 28일 08시 19분


『아따 그 아가씨들 시집도 안 갔으면서 시어머니 흉보는 가락에 괜히들 좋아하네…』 청중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걸쭉한 입담, 귀곡성(鬼哭聲)부터 아쟁소리에 이르는 독특한 소리 흉내, 큰 북을 두드리듯 힘차게 터지는 소리 가락. 우리 소리 강사 김준호씨(35)가 장안의 화제다. 부산시 지정 무형문화재 4호인 동래지신밟기 전수조교로 각종 단체에서 한국음악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준호씨는 부산바닥에서는 원래부터 「알아주는」 사람이었다는 것. 그는 지난 6월18일 MBC 「10시 임성훈입니다」에 출연한 뒤 전국적인 「명사」가 됐다. 앙코르 요청이 잇따르자 MBC는 한달간 매주 수요일 그를 TV에 출강시켰고 최근에는 두시간 특집 생방송 「우리 소리를 우습게 보지 말라」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전통음악은 센 박자로 시작한다』는 해석을 내린다. 외국음악은 숨을 내쉬며 뒤쪽으로 갈수록 음이 높아지는 것에 반해 우리 음악은 폭발하는 듯한 센 음으로 시작한다는 것. 그는 『둥그레 당실 둥그레 당실…, 어절씨구 옹헤야 저절씨구 옹헤야…, 한 많은 이 세상…,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하며 제주도부터 경기도에 이르는 전국 민요를 신나게 불러제치면서 자신의 「센박자」 이론을 실증하곤 한다. 그가 해외 강연을 할 때면 외국인들은 그의 「센 박자」에 대해 두가지 「불가론」을 내세운다고 한다. 첫째는 자장가, 두번째는 장송곡. 조용히 해야하는 분위기에서 소리를 지르면 안된다는 것이 외국인의 주장. 그는 『한국의 자장가는 음악성보다 기능성에 초점을 두었다』고 반박한다. 한국자장가는 센박자로 출발하지만 불명확한 발음, 반복구조, 부모 심장박동소리를 닮아 아기가 좋아하는 4박자를 갖췄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읊조리듯 불명확한 발음과 반복구조로 아기에게 쉽게 졸음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김씨가 주장하는 핵심은 『우리 소리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것.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하는 월간 「신동아」 8월호는 김준호의 소리를 담은 60분 테이프를 별책부록으로 배포한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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