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일부에서는 “애플의 혁신도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잡스처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제2의 잡스’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사람은 팀 쿡(Tim Cook·사진)이었습니다.
쿡은 1960년 미국 앨라배마주 로버츠데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오번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듀크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습니다. 산업공학은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이는 훗날 그의 경영 방식에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그는 IBM 등에서 일하며 공급망과 운영 관리 경험을 쌓은 뒤 1998년 잡스의 제안으로 애플에 합류했습니다. 당시 애플은 파산 위기까지 겪었던 불안정한 상황이었지만, 합류 직후 쿡은 복잡한 공장과 창고 시스템을 정비하며 수익 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잡스와 비교했지만, 쿡은 잡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창조성을 흉내 내는 대신 자신의 강점인 철저한 분석력과 운영 능력을 극대화했습니다. 화려한 발표보다 안정적인 운영, 강력한 공급망 구축, 서비스 및 글로벌 시장 확대를 선택했습니다. 팀 쿡 체제에서 애플은 애플워치, 에어팟, 비전 프로처럼 새로운 제품군을 내놓았고 애플뮤직·애플페이·아이클라우드·애플TV+ 같은 서비스도 성장시켰습니다. 또 외부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설계 칩인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하며 제품 경쟁력을 한층 높였습니다.
이러한 약점을 가리기보다 자신의 강점을 믿고 흔들림 없이 나아간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쿡의 재임 기간 동안 애플의 매출은 연간 실적 기준으로 약 1080억 달러(약 116조 원)에서 4배에 가까운 4160억 달러(약 639조 원)로 성장했습니다. 시가총액 역시 2011년 약 3500억 달러(약 538조 원)에서 2020년대 중반에는 4조 달러(약 6152조 원)를 넘어서는 등 눈부신 성과를 이뤘습니다.
성과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이 바로 그의 경영 철학입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 환경 지속 가능성, 공급망 책임, 인권 등의 가치를 강조하며 기술은 편리함 추구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책임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기술 혁신과 지속 가능한 공급망 리더십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공학한림원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항상 눈에 띄는 사람만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탄탄하게 만들고, 그 길을 더 멀리 이어가는 사람도 충분히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팀 쿡은 우리에게 진정한 리더십이란 언제나 앞장서서 외치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과 시스템을 연결해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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