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소설가 클레어 키건의 단편 ‘물가 가까이’에는 생일을 맞은 청년이 등장한다.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스물한 살의 그는 잠시 어머니를 만나러 왔다. 어머니는 이혼 후 백만장자와 재혼했다. 심지어 그들이 지금 머무는 곳은 새아버지 소유의 리조트다. 어머니는 말한다. “네가 처신만 잘하면 언젠가 이게 다 네 차지가 될 거야.”
화려한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새아버지는 농담 삼아 동성애 혐오를 드러내며 웃고, 청년은 불편한 기색을 차마 내비치지 못한다. 식사 후 그는 맨발로 해변을 걷다가 문득 바닷속에 들어가기로 한다. 깨끗해지고 싶다. 더 머물고 싶지 않다. 비행기 편을 바꿔 학교로 돌아가면 될 것이다. 정장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밤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그는 생각한다. 그때 갑자기 거센 파도가 덮쳐 그를 깊은 물속으로 빠뜨린다. 그는 허우적거리다가 잠수 끝에 겨우 물 밖으로 빠져나온다.
리조트에 돌아오자 새아버지가 물에 흠뻑 젖은 청년을 발견하고 말한다. “좋은 시간 보냈나 봐?” 그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방금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항공사에 전화를 건다. 수화기 너머에서 어떤 여자가 말한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나누는 영혼 없는 대화들에 심오한 의미가 깃들 때가 있다. “누구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어디로 가세요?” 일상의 언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질문들은 실은 우리 존재의 심연을 건드리는 것만 같다. 청년은 겉으로 볼 땐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의 내면은 연약하고 부서져 있다. 우리는 저마다 문제가 있고, 누구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에게 계속 물어야만 한다. 마음을 다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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