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당사자가 될 수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타자이자 제3자이기 때문에, 이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모리 다쓰야 ‘사형’ 중
김이향 작가·‘다음 리카에게’ 저자일본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일본 정부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3.1%가 사형제를 찬성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절대적인 악이라고 배우지만, 국가가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종종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영화감독 모리 다쓰야는 이 간극을 들여다본다. 사형수와 남은 가족, 집행에 관여한 경찰, 사형제 찬반 양측을 취재한 끝에 그는 사형제 반대라는 결론에 이른다. 사형수는 확정 판결 뒤 오랜 시간을 기다린다. 집행 날짜는 당일 아침에야 통보된다. 그동안 그는 사회에서 완전히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유가족 역시 사건 직후의 관심이 사라지면 함께 잊힌다.
모리는 ‘내가 가족이라면’이라고 상상하는 일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먼저 필요한 것은 자신이 제3자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일이다. 당사자가 아니니 말할 수 없다고 물러서는 것도, 자극적인 사건을 잠시 소비하고 잊어버리는 것도 아닌 태도 말이다. 개인의 비극으로만 남겨 두지 않고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일. 이는 제3자에게만 가능한 역할일지 모른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오래 멈췄다. 우리는 어떤 문제에서는 당사자이고, 또 다른 문제에서는 제3자다. 재일 한국인 3세인 나는 때로 당사자의 언어로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누구의 제3자인가. 제3자로서 무엇을 보고, 어디까지 말할 것인가. 당사자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등을 돌릴 수도 없다. 세상은 어쩌면 그 애매한 거리 위에서 유지되는지도 모른다. 타자의 자리에 선 사람들이 문제를 잊지 않고 바라보려 할 때, 사회가 무너지는 것도 조금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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