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장윤정]‘명분’도 ‘연대’도 잃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7일 23시 12분


장윤정 산업1부 차장
장윤정 산업1부 차장
코스피가 처음으로 7,000을 돌파한 6일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TSMC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 쾌거다. 글로벌 AI(인공지능) 공급망을 지탱하는 핵심 기업으로 글로벌 무대에 선 삼성전자지만, 정작 회사는 ‘축포’를 터트리긴커녕 노사, 노노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21일이 성큼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어서다.

‘현금 나눠 갖기’가 가진 위험

‘슈퍼 사이클’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일까.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함께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사측은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고 메모리사업부에 경쟁사 수준의 대우를 보장하는 안을 내놓았지만, 노조 측은 성과급 체계 변경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노조가 성과를 둘러싼 보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핵심 인재에게는 통 큰 주식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성과를 구성원과 공유하며, 이는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장치다. 문제는 지금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보상의 ‘방식과 수준’이 적정한가다.

노조가 현재 요구하는 성과급 재원인 연간 영업이익의 15%는 올해 45조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연구개발(R&D) 비용인 37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액수 자체도 크지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실상 ‘고정비’처럼 매년 직원들이 나눠 갖겠다는 발상 자체가 더 부담이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이 교차하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기에는 이익이 폭증하지만, 불황기에는 순식간에 적자로 돌아선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위기론’의 중심에 서 있었다. AI 붐을 타고 찾아온 호황기의 이익을 매년 ‘현금 보상’으로 고정화하자는 것은 불황기에 대비한 체력을 스스로 깎아 먹는 선택에 가깝다.

글로벌 기업들의 선택은 다르다. 엔비디아는 폭발적인 실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자금을 연구개발과 데이터센터 생태계 확장에 재투입하고 있다. 마이크론도 메모리 업황의 등락을 전제로 배당 등을 조절하며 투자 여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호황기의 이익을 어디에 쓰느냐가 다음 사이클의 승패를 가른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노노(勞勞) 갈등 번지며 안팎으로 잡음

쏟아지는 우려에도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를 해 지탄받으면 다른 노동자들한테도 피해를 준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삼성전자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모두가 해석했지만, 정작 삼성 노조위원장은 ‘모르쇠’다. “우리가 아니라 다른 기업보고 하는 얘기”라며 도리어 타 기업에 책임을 전가하며 다른 기업 노조들로부터도 반감을 샀다.

이제 내부 연대마저도 깨져 가는 모습이다. 사업부 간 이해관계 충돌 속에 스마트폰, 가전, TV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을 중심으로 한 노조가 독자 노선을 걷겠다며 이탈한 것. “노조의 의사결정이 지나치게 반도체 부문 위주”라는 불만이 끓어오르더니 결국 터져 버린 셈이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요구가 산업의 현실과 괴리되고, 내부에서조차 분열이 이어진다면 그 정당성은 빠르게 약화된다. 게다가 시장은 냉정하다.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수익성 악화와 비용 증가 가능성을 반영해 삼성의 기업 가치를 낮춰 잡고, 투자 판단을 수정하고 있다. 신뢰도 타격 등 보이지 않는 내상은 말할 것도 없다.

호황은 반복되지만, 지속되지 않는다. 그리고 사이클의 끝에 살아남느냐 여부는 호황기의 이익을 얼마나 미래 경쟁력으로 바꿔 놓았는지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지금 다시 고민해야 할 지점도 바로 그 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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