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남성은 전략, 여성은 부담… ‘후배 후원’의 성별 격차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5일 23시 09분


조직에서 역량 있는 후배를 발굴해 자신의 사회적 자산과 평판을 걸고 밀어주는 ‘후원(sponsorship)’은 기업의 인재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핵심 동력이다. 후원을 받은 후배는 더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고, 조직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한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내리사랑’의 이면에는 우리가 간과해온 불평등한 현실이 숨어 있다.

필자들은 미국의 전문가 1700여 명을 분석해 후원이 리더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연구 결과 후원의 목표 설정 단계에서부터 성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개인의 역량 차이가 아니라 조직 내 구조적 편향과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된 결과였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 리더는 후배를 돕는 과정이 자신의 경력에 어떤 이득이 되는지를 명확히 계산하며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전략적 후원’이다. 예를 들어 남성 리더가 고위 의사결정권자 앞에서 후배에게 발표 기회를 주는 일은 후배의 가시성을 높이는 동시에 리더 자신이 영향력 있는 인물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목적을 수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후원은 본인과 후배 모두가 이익을 얻는 전략적 결합이다.

반면 여성 리더는 복잡한 고통스러운 다중 목표의 늪에 빠지기 쉽다. 후배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는 동시에 자신의 적극적인 행동이 조직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보이지 않을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한다. 연구진은 여성 리더가 본인에게 필요한 것과 후배의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며, 서로 충돌하는 여러 목표를 동시에 관리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이 증명하듯 목표가 충돌할수록 인간의 인지적 과부하는 커진다. 결국 여성 리더는 후원이라는 행위 자체만으로 남성보다 훨씬 큰 정신적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목표의 차이는 리더가 사회적 자본을 사용하는 방식에서도 격차를 만든다. 단일한 목표를 가진 남성 후원자는 ‘희소한 네트워크(sparse network)’를 적극 활용한다. 평소 접점이 적었던 외부 인맥이나 느슨한 관계를 활용해 후배에게 새로운 정보와 기회를 연결해 준다. 이는 후배에게는 독보적인 자원을, 후원자 본인에게는 새로운 권력층과의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반면 다중 목표에 시달리는 여성 리더는 신뢰에 기반한 ‘집약적 네트워크(clique)’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익숙한 관계 안에서 후원이 이뤄지다 보니 정보는 중복되고, 후배에게 돌아갈 기회의 폭도 좁아진다. 여성이 직장에서 직면하는 각종 편향을 고려할 때, 검증된 인맥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여성 리더는 헌신적으로 후배를 돕고도 자신의 네트워크 외연을 넓힐 기회를 놓치는 손해를 입게 된다.

놀라운 점은 조직 내 위계가 높아져도 이 격차가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남성 리더는 후원 경험이 많아질수록 본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에 더 능숙해진다. 반면 여성 리더는 경력이 쌓여도 후원자로서 짊어지는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여전히 ‘배려심 넘치는 돌봄 제공자’ 역할을 기대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은 여성의 경력에 위험 요소가 된다. 여성이 본인을 위해 행동할 때보다 타인을 옹호할 때 사람들이 더 편안함을 느끼는 역설적인 현실은 여성 리더를 끊임없는 위태로운 줄타기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성별 간극을 줄이려면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리더들은 후원을 단순한 이타적 희생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그 대신 후배와 자신의 목표가 겹치는 지점을 찾는 2단계 접근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후배를 다른 리더에게 소개하며 자신의 업무 관계를 공고히 하거나, 후배의 성과를 통해 자신의 리더십을 입증하는 식이다. 이러한 윈윈 관점을 가져야 한다.

기업 조직은 단순히 리더들에게 후원을 장려하는 수준을 넘어 후원이 수반하는 인지적 비용과 위험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후원이 작동하는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 타인을 위해 단호하게 행동하는 데 따르는 사회적 낙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남성과 여성이 후배를 후원하는 방식’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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