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걸림돌이 된다면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주장을 접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원금 지급이 포함된 추경 편성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측 입장을 수용할 테니, 여야정 합의를 통한 추경을 서두르자는 의미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집행되는 이른바 ‘벚꽃 추경’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나 여당이 민생회복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 하겠다고 한다면 포기하겠다”고 했다.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할 경우 차등 지원을 하든, 선별 지원을 하든 다 괜찮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지역화폐로 나눠줄 지원금 예산 13조 원을 포함해 20조∼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주장해 왔는데 명목이나 지급 방식을 더는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원금을 위한 추경 편성은 재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비판적 시각이 많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나눠준 전 국민 지원금 중 실제 쓰인 돈은 30%뿐이고 나머지는 중산층 저축으로 쌓였다는 점, 경쟁력이 높은 일부 자영업자에게 소비가 집중된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지원금 지급 주장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경제적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도 나쁠 게 없다.
일반적인 경우 한 해 예산이 제대로 풀리지도 않은 연초에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금이 제대로 안 걷히는 상황에서 나랏빚을 과도하게 늘리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우리 경제는 정상 궤도를 이탈해 극심한 소비 침체, 고용 절벽을 맞고 있다. 실물경제 위기가 워낙 심각해 돈이 많이 풀리는 걸 경계해야 하는 한국은행마저 “15조∼20조 원 규모의 추경을 가급적 빨리 투입해야 한다”며 ‘경제 심폐소생’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한국이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0조 원 정도의 추경이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평가한다.
야당이 태도를 바꾼 만큼 상반기가 지난 뒤 추경을 검토하자고 주장해온 여당도 적극적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여야는 더 늦기 전에 얼어붙은 경제에 재정 마중물을 붓기 위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 대상은 민간 소비와 기업의 투자·고용 회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로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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