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은 티켓 구하기 경쟁이 치열했다. 원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국내 행사인데 트럼프가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 데다 전혀 다른 미국을 예고하면서 ‘눈도장 찍기’ 수요가 폭증했다. VIP석과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기부금이 쇄도해 역대 최고치인 2억5000만 달러(약 3627억 원)가 걷혔다. 한국 정·재계 참석자들도 현지에서 인증샷을 올리고 있는데 취임식을 ‘직관’한 이는 많지 않다.
▷이번 취임식 전 배포된 초청장은 VIP석 1600장을 포함해 22만 장. 그런데 북극 한파로 국회의사당 실내 행사로 바뀌면서 참석 인원이 2만1800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취임식 좌석은 3등급으로 나뉘는데 1등급은 취임식이 열린 의사당 중앙홀(로툰다)로 약 600명에게 돌아갔다. 상·하원 의원들과 대법관, 전직 대통령 부부,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상석을 차지했다. 한국인 중엔 조현동 주미 대사가 유일하게 로툰다 홀에 초대됐다.
▷2등급은 의사당 내 노예해방홀(1200명), 3등급은 의사당 밖 체육관인 캐피털원아레나(2만 명)로 모두 취임식을 생중계 화면으로만 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노예해방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부부와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부회장 등이 캐피털원에 초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식후 노예해방홀에서 즉석 연설을, 캐피털원에선 행정명령 서명쇼를 벌였으나 상당수는 트럼프의 얼굴도 못 봤다고 한다. 정 회장 부부는 트럼프 장남의 초대로 VIP만 입장 가능한 3개 무도회 중 한 곳에도 참석했다.
▷정계에서는 국민의힘 방미단과 일부 의원들이 캐피털원에서 취임식을 스크린으로 지켜봤다. 수용 규모가 2만 명이어서 미 정계 인사들과 의미 있는 교류를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소셜미디어에 “차기 대선 후보 자격으로 미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초청”을 받았다면서도 추위에 줄 설 엄두가 나지 않아 호텔에서 스크린으로 취임식을 봤다고 썼다. 취임식 일주일 전 급하게 초청받아 상원의원들과의 만남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럴 거면 세금 써서 왜 간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초대했는데 대신 부주석이 참석했다. 그동안 주미 대사가 참석했던 관례를 깨고 부주석으로 급을 높인 것이다. 일본도 처음으로 외상이 취임식에 초대받았고, 식후에는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회담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행정명령 폭탄을 쏟아내는 터라 탄핵 사태로 인한 리더십 공백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의원 외교로 공백을 메워주면 좋으련만 다들 ‘찬밥’ 신세에다 일부는 대통령을 먼발치서 보려는 수고도 않았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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