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달 새 11전11패… 반성 없이 절차 탓만 하다 구속된 尹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9일 23시 27분


이젠 대통령답게 갈등 헤집지 말고 ‘법의 시간’ 마주해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5.1.15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판사는 윤 대통령과 공수처 양측의 진술을 들은 뒤 8시간 넘게 검토한 끝에 오전 3시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선포와 후속조치를 통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했고, 공수처 수사를 거부하던 윤 대통령도 법정에 직접 나와 계엄 발령의 배경을 40분 넘게 진술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첫 구속이었지만, 대통령 측이 내놓은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무장병력을 국회에 투입해 탄핵소추에 이어 구속을 당했는데, 송구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변호인단은 “법치가 죽었다”고 했고, 대통령실도 “(야당의) 헌정 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라며 국민의힘도 사과한 계엄을 두고 당위성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체포, 구속영장의 청구 및 발부는 형사사법제도 틀 안에서 적법하게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우리 시스템 안에서 최고의 권력과 지위를 누려온 존재다. 그런 대통령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그 제도를 존중하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사실상 불응과 거부로 일관해 왔다. 다른 사람도 아닌 검찰총장 출신 법률가 대통령이 그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는 계엄이 저지된 직후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법 기술을 총동원해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서부지법에서 5번, 헌재에서 6번 등 모두 11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 측 주장과 상반되는 결과가 나왔다.

서부지법은 체포영장을 1차 발부했고, 이의신청을 기각했고, 2차 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중앙지법이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것까지 포함하면 윤 대통령은 5전 5패다. 헌재 쪽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측은 우편, 인편, 전자 방식으로 최소 11차례 서류 접수를 거부했는데 헌재는 송달로 간주했다. 헌재는 변론준비기일 연기 신청을 불허했고, 정계선 헌법재판관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헌재가 5차례의 변론기일을 한꺼번에 지정한 게 부당하다며 낸 이의신청 역시 기각했고, 변론기일 변경 요구도 거절했다. 검경 등 수사기록을 헌재가 송부받는 것에 대한 이의신청도 헌재는 “규정에 맞다”며 기각했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자기방어권을 주장하지만, 한 달 사이에 11번이나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대통령답지 못한 절차 시비였다는 의미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윤 대통령이 계엄 준비와 실행 과정에서 내린 핵심 결정에 대해 공수처와 탄핵 소추위원들이 묻는 질문에 진솔하게 답하는 장면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태도를 바꿔 ‘법의 시간’과 마주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이후 모두의 대통령이길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관저 앞 친윤 시위대를 ‘애국시민’으로 불렀고, 비상계엄을 민주주의 훼손으로 여기는 상당수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듯했다. 체포도 회피하고, 수사도 거부하는 지금의 윤 대통령은 법원과 헌재의 최종 판단에 승복할 것 같은 태도와도 거리가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선서했다. 이런 약속은 ‘빛나는’ 시절에만 지켜야 할 게 아니다. 지금처럼 탄핵 위기에 몰리고, 구속된 마당에도 국민과 헌법 앞에 다짐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갈가리 찢긴 사회 갈등을 헤집지 않고, 사법 절차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그 길이다.
#윤석열#서울구치소#구속#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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