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저출산 기획, 정책 외에 문화가 미치는 영향까지 파헤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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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5월 26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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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반한 총선 보도 바람직… 다음 선거 때 ‘패턴 반복’ 추적해야
‘법조계 관계자’ 멘트 인용 많아… 익명이라도 더 구체적 표현하길
해외 ‘숲 활용 사례’ 소개 유익… 국내 눈돌려 장기 캠페인 해볼만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0일 4·10총선 결과와 더불어민주당의 특검법 공세, 의대 증원 강행에 따른 의정 갈등 등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김준석 심의연구팀장, 류재천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이준웅 정원수 위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0일 4·10총선 결과와 더불어민주당의 특검법 공세, 의대 증원 강행에 따른 의정 갈등 등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김준석 심의연구팀장, 류재천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이준웅 정원수 위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4·10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첫 회담을 갖고 국정 현안을 논의했지만 대부분 사안에서 인식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으로 대통령실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하면서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20일 이런 현안에 대한 보도를 놓고 토론했다.》






최은봉 위원=2012년 이후 역대 선거 결과를 보도한 동아일보 지면들을 보여준 4월 10일자 A1면 그래픽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는 물음표로 표시해 선거 당일 신문에서 “투표하세요”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보다 더 강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이번 총선 보도에서 한강벨트, 낙동강벨트, 반도체벨트라는 신조어를 썼는데 개념 정의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준웅 위원=이번 총선 보도는 자료에 기반한 분석이 강화돼 좋았습니다. 선거 보도는 과거 선거에서 나타났던 어떤 패턴이 반복되는지만 밝혀도 의미가 굉장히 살아납니다. 그런 관점에서 다음 지방선거 보도를 준비하길 바랍니다.

이은경 위원=
윤-이 회담은 각자 할 말만 하고 헤어졌지만 의료와 연금 분야의 타결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언론이 집중적인 후속 취재를 통해 협상을 북돋워야 합니다. 의료는 국민 생명, 연금은 국가 미래에 관한 중요한 이슈입니다. 여야가 권력투쟁을 하더라도 민생 문제는 해결해 국민이 고통받지 않게 해달라는 메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5월 8일자 A1면 <尹-李 회담 막후에 함성득-임혁백 ‘비선라인’ 논란> 기사는 대통령실 입장을 더 집요하게 취재해 구체적으로 다뤘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 굳이 비선이라고 밝히고 나선 배경과 의도를 궁금해하는 독자가 많았는데 물밑라인이 없었다는 대통령실 입장은 너무 추상적이었습니다.

이준웅 위원=
5월 15일자 A5면 <이원석, 金여사 수사 ‘직진’ 시사…이창수 ‘대면조사 제동’ 주목> 등 많은 기사에 ‘법조계 관계자’ 멘트가 나옵니다. 서양과 다른 한국 언론의 관행상 익명으로 쓸 수밖에 없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법조계 관계자는 너무 애매합니다.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나 ‘○○ 전문가인 법무법인 인사’ 등 보다 구체적인 표현을 쓰는 게 좋습니다. 취재원을 충분히 특정할 수 있지만 불이익을 염려하는 차원에서 익명을 썼다는 느낌을 주는 창의적인 표현을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이은경 위원=
5월 2일자 A5면 <여야합의 요구한 의장에 “개××”…민주 ‘GSGG’ 이어 또 막말> 기사는 제목에 “개××”를 쓰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사에서 강한 비판을 하더라도 제목까지 다는 것은 심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빈 위원장=
오히려 발언한 사람을 앞세웠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정부 고위직까지 지낸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을 강하게 꾸짖었어야 합니다.

이은경 위원=
5월 10일자 A1면 <尹, 김 여사-채 상병 특검 모두 거부> 기사는 제목이 좀 의아했습니다. 같은 날 A2면 <“채 상병 공수처 수사 납득 안 되면, 내가 먼저 특검 주장할 것”>이라는 제목에 나오듯 ‘조건부 거부’ 정도로 썼어야지 전면 거부라는 식의 제목은 지나쳤습니다. 검찰 인사를 다룬 5월 14일자 기사에선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을 ‘친윤 검사’라고 지칭했습니다. 검찰의 중립성은 헌법적 가치이므로 검사를 대놓고 ‘친윤’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과거 친윤 라인이었다’ 정도로 표현하는 게 좋겠습니다. 5월 17일자 A6면 <5번째 특검 꺼낸 민주…“대장동 檢수사 특검 추진”> 기사는 후속 보도가 필요합니다. 특검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흔들고, 모든 정치를 수사와 재판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비판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김 위원장=
4월 16일자 A4면 <민주 “채 상병 특검법, 尹도 수사대상”…與는 ‘법사위 사수’ 사활>과 5월 2일자 A5면 <여야, 이태원법 한발씩 양보…민주 “채 상병 특검법은 단독처리”> 기사를 보면 유독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해서 민주당이 특검을 고집하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독자가 많을 것입니다.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켜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잡히면 탄핵으로 몰고 가겠다는 민주당의 저의가 깔려 있다는 설명을 딱 부러지게 썼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이 있습니다. 국가 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통령 탄핵은 법률 위반이 명백하고 중대할 때만 이뤄져야 합니다. 야당이 이런 내용을 뻔히 알면서도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임을 지적해야 하겠습니다.

류재천 위원=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정부 정책의 난맥상이 많이 드러났습니다. 5월 8일자 A1면 <‘2000명 의대 증원 회의록’ 사흘째 말 바꾼 정부>와 A6면 <의대 증원 37번 논의하곤 ‘회의록 오락가락’…불신 자초하는 정부>에 나온 내용이 대표적입니다. 이 문제는 국정조사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면 합니다.

이준웅 위원=
이번 사태의 핵심은 증원 규모가 왜 2000명이냐는 것입니다.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본안 소송이 남아 있는 만큼 이 문제는 끝난 게 아닙니다. 정부가 2000명의 근거를 더 타당성 있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추가 보도가 필요합니다.

김 위원장=
법리적으로 보면, 의대 정원을 늘리고 분배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 판단 영역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적정 인원을 정확히 조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의사가 부족하니 증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형성됐다면 충분히 정책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집행정지를 기각한 판사가 대법관 자리에 회유됐을 것”이라는 상식 밖의 주장을 하는 의협 회장을 언론이 꾸짖어야 합니다.

최 위원=
5월 9일자 A1면 <세계는 “6년새 753조 투자”, 속도전 밀리는 K반도체> 기사에서 ‘기업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투자를 유치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패권 경쟁은 국적을 가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중국 배제만 봐도 알 수 있듯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었습니다. 5월 3일자 A1면 <‘AI칩’ 살 돈 없어 구형 게임칩으로 연구하는 대학들> 기사는 우리 대학의 AI 연구 경쟁력을 가로막는 요인을 돈, 인프라, 제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잘 짚어줬습니다. 첨단 분야 입법이 막혀 있다는 내용의 5월 6일자 A1면 〈방폐장-AI-반도체법안, 21대 국회 줄폐기 위기〉 기사도 적절했습니다. 5월 18일자 10면 <AI 붐에 웃는 ‘닥터 코퍼’, 전력 소비 늘자 ‘21세기 석유’로> 기사도 흥미로웠는데요, 구리 가치 상승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자세히 다루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류 위원=
창간 104주년 기획 시리즈로 나온 <‘그린스완’ 시대, 숲이 경쟁력이다>는 숲과 관련해 잘 몰랐던 내용이 많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외국의 숲 정책이 한국에는 왜 잘 적용되지 않는지 후속 보도를 기대합니다.

최 위원=
그린스완 기획에 한국 얘기가 부족했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4월 5일자는 식목일인데도 해외(뉴질랜드) 사례만 보도했습니다. 한국 사례를 더 많이 소개하면서 장기 기획 시리즈로 발전시키면 좋겠습니다.

이은경 위원=
4월 25일부터 보도한 <출산율 다시 ‘1.0대’로 2부>는 출산율 반등을 위한 국내외 대책이 중심이었습니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문화가 미치는 영향도 기획 보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정책보다도 아이를 낳는 것을 꺼리는 문화가 확산된 게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는 게 정설입니다.

류 위원=
4월 25일자 A1면 저출산 기획 제목이 <“저출산에 380조 원, 다 어디로 갔나요”>였습니다. 좋은 문제 제기인데 실제로 다 어디에 갔는지는 기사에서 명확히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보다 디테일하게 따져보는 보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준웅 위원=
4월 27일자 1면 <학교 가면 끊기는 아동수당… “18세까지 분산 지원을”> 기사에서 제안한 ‘진짜 필요할 때 돈을 주는 출산 정책’에 대해서는 매우 공감합니다. 그런데 이는 사교육 비용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로 보입니다. 결국 저출산과 사교육을 연계해서 다루는 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 위원장=
4월 18일자 A5면 <이재명, 행정권 안 거치고 입법 통해 신용사면-서민금융지원 추진> 기사에서 다룬 ‘처분적 법률’은 행정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습니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했다고 입법부 우위를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법치 대신 정치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 비판적 보도를 했으면 합니다.





정리=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저출산#정책#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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