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암 환자 생존율 72%의 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31일 2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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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어가면 건강검진 결과를 맘 졸이며 기다리게 된다. ‘암’이라는 말을 듣게 될까 봐 그렇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가 암이다. 여자는 40∼69세는 유방암, 70∼74세 폐암, 75세 이후는 대장암에 가장 많이 걸린다. 남자는 45∼54세 대장암, 55∼64세 위암, 65세 이후부터는 폐암이다. 그래도 암 환자의 5년 이상 생존율, 즉 완치율이 72.1%로 20년 전보다 20%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28일 공개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 환자의 상대 생존율은 갑상샘암(100.1%), 전립샘암(96%), 유방암(93.8%)이 높고 간암(39.3%), 폐암(38.5%), 췌장암(15.9%)은 낮다. 상대 생존율이란 일반인을 100%라 할 때 암 환자가 5년 이상 살 확률이다. 갑상샘암이 100%를 넘는 것은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 아닌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뜻으로 불필요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갑상샘암을 제외하면 상대 생존율은 67.8%로 떨어지지만 다른 나라보다는 여전히 높다.

▷미국 예일대 의대 연구진이 재작년 선진 22개국의 암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가장 낮았다. 건강검진 활성화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의료비가 저렴해 조기에 치료하는 덕분이다. 한국은 신약 임상시험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유명 정치인은 2017년 폐암 4기 진단을 받았으나 신약 치료 덕에 현재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암에 걸리면 무조건 빅5를 찾는 ‘환자 쏠림’ 현상이 심각한데 역설적이게도 많은 환자를 본 덕분에 임상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

▷암 치료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면역 항암제다. 나이 들면서 세포분열 과정에서 암이 될 돌연변이 세포는 늘어나고 이를 제거하는 면역계 효율은 떨어진다. 면역 항암제는 면역계 효율을 높여주는 약인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99)이 2015년 면역 항암제인 ‘키트루다’로 피부암을 치료해 화제가 됐다.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는 암 백신을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다. 지난해 4월에는 암세포만 겨냥해 파괴하는 중입자 치료기가 국내에 들어왔다. 지금까지는 전립샘암만 치료했고 올해부터 다른 암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흔히 암은 가족력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실제로 위암과 폐암은 부계, 대장암과 간암은 모계 유전 비율이 높다. 하지만 가족력의 영향력은 10%를 넘지 않는다. 흡연과 식습관이 62%로 가장 중요하다. 가족력이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는 부모에게서 짠 식단 같은 나쁜 생활습관을 물려받기 때문이다. 암을 이겨낸 사람들은 비결 1순위로 ‘건강한 습관’을 꼽고 그중에서도 긍정적인 마음 먹기가 중요하다고 한다. 세계폐암학회는 매사 긍정적인 사람의 생존율이 12% 높았다고 보고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암 환자#생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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