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적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과 공천권 폐지, 당원 중심의 후보 경선을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당신들의 버릇을 고쳐 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과 결별한다고 예고했지만 완전히 다른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어이가 없다. 우리 당 공천은 우리 당이 알아서 할 것이니 그 입을 당장 닫아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며 자유통일당 고문을 맡고 있다. 주사파 척결 등 강경보수를 표방한 자유통일당은 국민의힘과 태생부터 다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을 향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훈수를 하고, ‘전 국민 당원 가입 운동’을 주창하고 나섰다. 최근 자신을 향한 당 안팎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전 목사는 지난 정권 때 광화문 집회를 통해 반정부 투쟁을 주도한 ‘아스팔트 우파’의 지도급 인사 중 한 명이다. 지금의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 전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 일부 편승해서 대여 강경 투쟁을 벌였던 사실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전 목사가 국민의힘을 향해 “나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버릇을 고치겠다” 등의 험한 말을 쏟아낸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전 목사의 그간 발언이나 행보는 종교인인지 정치인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이미 정당을 하나 만들어 실질적으로 이끌면서 또 다른 신당 창당 운운하기도 하고, 자신이 당원도 아닌 남의 당, 그것도 집권 여당에 공천권 폐지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일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국민의힘에선 전 목사와의 관계를 확실히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20년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전 목사 세력처럼 길거리 대여 강경투쟁에 나섰지만 참패했다. 말로만 ‘절연’ 운운할 게 아니라 보다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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