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과 산업의 물그릇 키우기[기고/한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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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기후변화로 인한 물 위기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다. 대표적인 물 위기에는 홍수와 가뭄, 수질오염이 있다. 지난해는 홍수와 가뭄이 동시에 발생한 이례적인 해였다. 이론적으로만 가능했던 시간당 140mm의 비가 내려 서울의 일부가 물에 잠겼다. 반면 광주·전남에선 9개월째 가뭄이 이어지며 1992년에 준공된 주암댐 저수율이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홍수와 가뭄, 심각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유독 가뭄에 둔감한 편이다. 순간적으로 큰 피해를 주는 홍수와 달리 가뭄은 서서히 진행된다. 큰 피해를 겪기 전에 조금이라도 비가 내리면 해갈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은 일시적인 불편함을 넘어 국가적인 위험이 될 것이다. 제한급수 등 국민들의 일상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산업시설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1년 봄, 극심한 가뭄으로 세계 1위의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생산 중단 위기에 처한 것은 물 위기가 국가 경제와 직결된 큰 위협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해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가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은 한 해로 기록됐다. 우리나라는 광주·전남지역에서 9개월째 국지적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발전용 댐, 농업용 저수지 등 인근 수원을 활용하여 용수를 비축하는 공급 대책과 함께 수요 절감 대책을 병행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서 큰 피해를 막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물 부족이 일회성이 아니란 점이다. 만일 더 극심한 가뭄이 이어져 수돗물 공급이 중단될 경우 지역 주민의 기본적인 민생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수산단 등 공업용수 공급 제한으로 경제적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런 가뭄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돼 극한 가뭄과 산업구조 전환 등 환경 변화를 고려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다각적인 신규 수자원 확보로 물의 총량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하수재이용수 활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발전용 댐을 활용해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등 대체 수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상수도 간 연결관로 설치로 지역 간 수자원의 불균형도 해소하고자 한다. 또 도서지역 등 취약지역에는 세계 최고 기술 수준을 보유한 해수담수화와 지하저류댐 도입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이러한 대책들을 담아 광주·전남지역을 포함해 기후변화에 대비한 중장기 가뭄 대책을 올해 상반기 안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1970, 80년대에 소양강댐과 충주댐 등이 건설돼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국민의 일상에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해 왔고 빠른 산업화에도 기여해 왔다. 앞으로의 반세기는 지금보다 더 급격한 기후변화와 물 위기 시대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었다. 우리는 이전 세대들의 노력으로 많은 혜택을 받았다. 이제는 다음 세대에 물 걱정 없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민생#산업#물그릇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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