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첨단·IT’ 도쿄 대학정원 규제 푼 日, 법인세 없앤 베트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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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미래가 달린 첨단기술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은 디지털 인재 육성을 위해 금기를 깨고 수도 도쿄의 대학 정원 규제를 6년 만에 완화하기로 했다.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공격적인 세제 혜택 등을 앞세워 기회를 엿보고 있다. 구호만 요란할 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일본은 내년부터 도쿄대,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이 있는 도쿄 중심부 대학이 디지털 계열 학과를 신설하거나 정원을 늘릴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2018년부터 10년간 도쿄 대학 정원 확대를 막았는데 디지털에 한해 풀어준 것이다. ‘지방 소멸’ 문제가 심각한 일본이 수도권 특혜 논란을 무릅쓰고 이런 카드를 꺼낸 것은 인재 없이는 ‘디지털 후진국’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베트남은 하이테크 사업에 대해서는 4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미국 인텔과 투자를 논의하는 등 반도체 패권 전쟁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세계가 숨 가쁘게 뛰고 있지만 한국은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를 두고 ‘버팀목’ ‘미래 전략산업’이라며 치켜세우지만 정작 각론에선 진전이 없다. 정부와 여야 모두의 문제다. 애초에 반도체특별법의 스텝이 꼬인 것은 세금이 덜 걷힐 걸 걱정한 기획재정부의 반대 때문이었다. 가까스로 다시 세액공제 폭을 늘려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이젠 야당이 ‘대기업 특혜’라고 반대하고 있다. 기술 인력 육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수도권 집중’ ‘지역 차별’의 논리에 막혀 제자리걸음이다. ‘반도체 인재 15만 명 양성’ 구호 등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분초를 다투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의 경쟁은 한 번 뒤처지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 ‘기술 강국’이란 거대 담론만 되뇔 게 아니라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내야 한다. 첨단산업 경쟁은 지역 대항전이 아니라 국가 대항전이라 ‘원팀’의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설득과 타협, 협상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 진짜 절박하다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첨단 it#도쿄#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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