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보이콧은 이뤄질까[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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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선수단.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선수들을 2024 파리 여름올림픽에 출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쿄=AP 뉴시스
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선수단.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선수들을 2024 파리 여름올림픽에 출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쿄=AP 뉴시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또다시 올림픽 보이콧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근 2024년 파리 여름올림픽에 러시아 선수들을 출전시킬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크라이나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이 집단 반발하며 올림픽 집단 보이콧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밀 보트니추크 폴란드 체육관광부 장관은 최대 40개국과 연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40개국이 보이콧에 동참하면 66개국이 참여했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보이콧 이후 최대 규모다.

그러나 IOC는 아직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올림픽 보이콧에 참여한 나라들에 대해서는 “선수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당시 미국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단행한 이후 2024 파리 여름올림픽도 보이콧 논쟁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20 도쿄 여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데 대해 정치권 일부에서 보이콧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보이콧 논쟁은 IOC가 러시아 선수들을 러시아 국가대표가 아닌 중립국 소속으로라도 출전시키려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한 데서 시작됐다. 정치로부터의 중립 및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를 내세우는 IOC로서는 이런 형식으로라도 러시아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것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폴란드가 주장하듯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등장은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분위기를 희석하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올림픽을 사이에 놓고 IOC의 정치적 중립 명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탄 요구가 맞서고 있다.

IOC가 믿는 구석은 최근 역사적 사례를 통해 올림픽 보이콧이 별 실효가 없었다는 데 있다. 역사상 가장 큰 올림픽 보이콧이 일어났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당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며 미국을 비롯한 66개국이 올림픽에 불참했다. 하지만 소련은 1989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계속했다.

평생을 바쳐 올림픽을 준비했던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반납하며 희생했지만, 올림픽 보이콧은 실제로 전쟁을 저지할 만큼의 정치적 효과를 보이지는 못했다. 미국 내에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보이콧 논쟁이 일어났을 때 일부에서 올림픽 보이콧 무용론이 제기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도쿄 올림픽 보이콧 주장이 더 이상 힘을 받지 못한 데는 보이콧의 정치적 실효는 불분명하지만, 선수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미국이 선택한 것이 ‘외교적 보이콧’이다. 선수들에게는 올림픽 출전과 함께 메달을 딸 기회를 주면서도 외교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방법으로 올림픽 개최국의 국가 선전 효과를 누리지 못하도록 했다. 영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가 이에 동참하면서 여파가 상당했다.

최근 사태를 두고도 미국은 “러시아 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올림픽 불참보다는 러시아의 올림픽 선전 효과를 차단하는 데 더욱 집중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다 2024년 올림픽은 전쟁 당사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열린다. 보이콧 피해를 그대로 입게 될 프랑스로서는 어떻게든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한다면 2024 파리 여름올림픽에서 광범위한 보이콧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신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 형식을 놓고 당분간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은 크다. 러시아 선수들의 국가 색채를 최대한 지우기 위한 방법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IOC의 태도는 유감이다. IOC가 올림픽 보이콧에 동참하는 국가들의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며 선수들을 노골적으로 걸고넘어진 것은 너무 나간 느낌이다. 누구보다도 선수들을 보호해야 할 IOC가 올림픽의 주인공인 선수들을 볼모로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탓이다. 그동안 IOC는 올림픽 이익 극대화 정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을 활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IOC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선수들을 보호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러지 않는다면 각국 정부가 올림픽을 정치 도구화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IOC 역시 선수들을 이용하려 든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2024 파리 올림픽#올림픽 보이콧#외교적 보이콧#러시아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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