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부터 케이크까지 ‘뉴플레이션’의 한 해[광화문에서/박선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박선희 산업2부 차장
박선희 산업2부 차장
유통·소비산업의 한 해를 되돌아보자면 올해는 유난히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신조어가 많았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된 올해 5월경 미국에서 직장인들의 점심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런치플레이션’ 현상이 시작됐다. 이 신조어는 연이은 식품가격 인상이 외식물가로 전이되기 시작한 한국에서도 금세 유행어가 됐다.

하지만 런치플레이션은 시작에 불과했다. 6∼7월 소비자물가 인상률이 20여 년 만에 6%대가 계속되는 등 물가가 폭등하며 누들플레이션, 밀크플레이션, 커피플레이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가격은 동일하지만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것) 등 가격 인상과 관련된 각종 신조어들이 계속해서 생겼다.

상승률 자체는 정점을 찍었던 여름철이 지나며 조금 완화됐지만 물가 고공행진은 계속됐다. 냉면값이 1만 원에 이르는 등 저렴한 한 끼로 인기였던 면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고 주요 커피업체들도 8년 만에 가격을 올렸다.

급기야 연말을 맞아 ‘케이크플레이션’이 등장했다. 시중 프랜차이즈 카페·베이커리에서 보통 2만 원대면 구입할 수 있었던 케이크 가격이 원재료와 부자재, 인건비 인상 등으로 인해 3만∼4만 원대를 훌쩍 넘기게 됐다. 호텔 케이크 가격은 20만 원이 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뒤에 ‘플레이션’을 붙이기에 어색한 곳을 찾기가 더 힘들다. 그야말로 ‘뉴플레이션’의 한 해였다.

서민들의 가처분소득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올해 식료품과 관련된 신조어가 유독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식품뿐 아니라 전기·가스·서비스 영역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리오프닝의 설렘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침체가 덮쳐와 소비심리를 위축시켰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건 실질소득 감소만 봐도 알 수 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월급쟁이 가구의 실질소득은 1년 새 약 5% 급감했다. 올해 3분기(7∼9월) 상용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감소했다.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 실질소득 감소 폭은 이 기간 각각 5.1%, 5.6%로 더 컸다.

우려스러운 건 새해에도 이 같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내년까지 5% 안팎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전망인데 내년 상반기가 특히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말 각 소비재 기업들은 새해부터 식품과 생필품 가격 인상을 연이어 예고하고 나섰다. 가구부터 냉동식품, 유제품, 컵커피, 콜라, 샴푸, 치약까지 전방위적이다. 연말 각종 트렌드 서적들은 내년 ‘씀씀이 다이어트’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플렉스(flex·과시적 소비)의 시대는 끝났고 ‘과시적 비소비’의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례없던 뉴플레이션의 한 해를 보냈지만 진짜 긴축은 새해에 포문을 열 것 같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뉴플레이션#고물가#씀씀이 다이어트#과시적 비소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