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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회 통합을 위한 ‘보훈’ 강화[기고/인요한]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입력 2022-10-03 03:00업데이트 2022-10-0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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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전남 순천 토박이인 나에게 특별하고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이날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초청받은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용서를 실천할 줄 알고, 사회 통합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성장했다. 아쉬운 것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포용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념, 세대 간의 갈등 때문에 사회 통합이 저해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직면한 과제 중 하나는 사회 통합이다.

미국을 보면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다민족, 다문화 국가이나 미국을 위해 희생하는 군인을 존경하는 문화 아래서 하나가 된다. 미국을 지켜온 군인정신은 미국 정체성의 근본이다. 군인을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보훈 정책을 통해 애국심을 함양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좋은 모범을 보여준다.

한국의 보훈은 미국 못지않게 특별하다. 독립운동부터 6·25전쟁, 5·18까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역사와 정신이 담겨 있다. 나의 가족은 한국의 보훈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 할아버지 윌리엄 린턴은 독립운동, 아버지 휴 린턴은 6·25전쟁에 해군 장교로 참전했으며, 나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의 통역을 했다. 그때를 떠올리면 자유민주주의가 뿌리내린 국가로 우뚝 선 한국의 현재가 감격스럽다.

이렇듯 한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계승하는 보훈은 공동체를 위한 희생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사회적 신뢰를 만들고, 자유민주주의로 대표되는 한국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기반이다. 사회 공동의 가치를 확산하는 역할을 통해 보훈은 갈등을 완화하고 통합을 이루는 구심점이 된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보훈처가 내각을 이루는 ‘부’가 아닌 ‘처’로 운영되는 점은 의아하다. 보훈처장이 국민 통합과 국가 정체성 확립이라는 보훈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의할 수 있는 국무위원인 장관이어야 한다. 보훈은 상징적인 측면을 갖는다. 국가가 보훈의 위상을 어떻게 정하는지는 국민이 보훈을 어떻게 인식할지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처장은 장관으로 위상을 높여야 한다.

미국에서는 보훈처에 해당하는 제대군인부가 내각의 주요 부처다. 국방부 다음으로 규모가 크며, 대통령도 제대군인 정책을 각별히 챙긴다. 단순히 군인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성조기 아래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10대 경제대국의 선진국이다. 국격에 걸맞은 사회 문화와 가치를 갖춰야 하며 그 출발점이 보훈이다. 국가를 위한 희생을 존경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사회 통합을 이루는 시작이 될 것이다. 국가보훈부로 위상을 높이고 보훈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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