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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순덕 칼럼]MBC 광우병 사태와 윤 대통령의 자유

입력 2022-09-29 00:00업데이트 2022-10-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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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대법원 판결 “무죄”
그것이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
“진상 규명” 촉구한 측근 경계하고
대통령은 더 중요한 일에 전념하시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뉴욕=뉴시스
입찬소리는 무덤 앞에서 하라는 속담이 있다. 그래도 그렇지 보수나 진보나, 검찰 출신이나 변호사 출신이나, 정권만 잡으면 다 마찬가지라면 허망하다.

대선주자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 특정 사건에 대해 시시콜콜 수사 지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작년 10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으로 국민이 분노로 들끓을 때였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자 그는 “청와대가 정치적 목적으로 하명수사를 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열혈청년처럼 다짐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26일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다. 먼저 진상이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며 자신의 ‘뉴욕 비속어 발언’ 첫 보도를 한 MBC에 대해 사실상 수사를 지시했다.

사실과 다른 보도란 윤 대통령이 ‘바이든’ 아닌 ‘날리믄(면)’이라고 말했는데도 MBC가 확인과정 없이 ‘바이든은 쪽팔려서’라고 화면 자막처리 했음을 뜻한다. 수사당국은 칼날을 갈고 있을 것이다. MBC가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자막을 조작하고 적극 유포해 정보통신망법과 형법(명예훼손)을 위반했다며 국민의힘은 대검찰청에 고발할 작정이다.

그들은 이번 사태가 ‘제2의 광우병 선동’이라고 본다. MBC가 조작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선동하는 것이 이명박(MB) 정부 때 광우병 사태와 똑같은 양상이라는 거다.

2008년 5월 MBC PD수첩이 허위 내용을 일부 보도했던 건 사실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인에게 광우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둥 ‘뇌 송송 구멍 탁’ 식의 공포 방송에 여중생까지 촛불시위에 나섰다. MB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졌다. 문재인 정권에서 제작진 상당수가 영화를 누린 것도 희한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2011년 9월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공공성을 근거로 한 보도이므로 왜곡·과장 보도는 인정하지만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무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그것이 우리 헌법이 보장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다. 그래서 여권에 알려주고 싶은 거다. MBC를 고발해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될 것이니 괜한 고생 하지 말라고 말이다.

MB 정부 때 한국 경제 위기론을 인터넷에 퍼뜨린 ‘미네르바 사건’도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래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발한다는 것도 말리고 싶다. 대통령을 포함한 공무원은 공복(公僕·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다. 공복의 명예란 국민이 인정해줄 때만 일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지, 스스로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든’이라고 한 적 없다는 건 분명하다면서 ‘이 ××’ 발언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통령으로 인해 적잖은 국민의 명예가 훼손됐지만 꾹 참고 있다. 정부는 미국 측에 해당 발언이 미국에 대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고, 미국은 ‘문제가 없다’, 즉 동맹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만일 대통령실 보도자료대로 ‘미 인플레감축법(IRA), 금융안정화협력(유동성 공급장치 포함), 대북 확장억제 관련 정상 차원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MBC에 책임전가를 하려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20일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협력해 국제사회의 복합적 위기를 극복할 것”을 강조했다. 국제사회 위기 극복까지 갈 것도 없다. 대통령 혼자 누리는 자유는 자유라고 할 수 없다. 집권당 젊은 대표가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고 말했다고 대통령 불경죄로 찍히는 나라에서, 어떻게 자유를 공유하고 협력하자고 세계인 앞에 외칠 수 있는지 답답하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통령을 계륵(鷄肋)이라고 쓴 모 신문사 논설위원을 겨냥해 “대통령이 닭고기냐”며 출입기자를 징계했던 16년 전 청와대와 징그럽게도 닮았다.

윤 대통령에게 진상규명을 진언했던 측근을 경계하기 바란다. 1997년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위기 상황이다. 대통령을 엉뚱하고 소모적인 일에 집착하게 만들고, 중도층과 ‘멀쩡한 보수’까지 등 돌리게 하는 간신들이 대통령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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